동부는 홍수·서부는 가뭄…이상 기후 속 두 개의 미국

김윤나영 기자
미국 동부 지역과 서부 지역의 지난 30년간 강수량 비교. 뉴욕타임스 화면 갈무리

미국 동부 지역과 서부 지역의 지난 30년간 강수량 비교. 뉴욕타임스 화면 갈무리

미국의 기후가 점점 더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 동부에선 폭우가 쏟아지는데, 서부는 갈수록 가물어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더 습한 동부와 더 건조한 서부를 ‘두 개의 미국’으로 규정했다.

미국 동부 뉴욕에는 전날부터 허리케인 헨리가 들이닥쳤다. 맨해튼 센트럴파크에서 이날 113㎜의 비가 쏟아져 이 지역 하루 강수량 신기록을 세웠다. 두 달치 강수량이 하루 반 만에 쏟아졌다. 미국 테네시 중부에서도 같은 날 홍수가 발생해 21명이 숨지고 40명이 실종됐다.

반면 산불 피해를 겪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 서부 대부분은 지난 6월부터 석달째 20년 만의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날까지 캘리포니아주의 ‘딕시 산불’이 28만3000헥타르를 태웠는데도 아직 진압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면적의 4.7배가 산불로 사라졌다.

미 국립해양대기청은 지난 30년간 미국 동부의 절반 지역에서 20세기보다 강수량이 늘었지만, 서부에서는 감소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지구 온난화가 이상 기후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기온이 오르면 지역 특성에 따라 땅이 더 건조해질 수도, 폭우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대기 중 구름은 수증기를 7% 더 머금을 수 있다.

전 세계 연평균 강수량 변화. 갈색일수록 가뭄이 심하고, 초록색일수록 비가 많이 온다. 뉴욕타임스 화면 갈무리

전 세계 연평균 강수량 변화. 갈색일수록 가뭄이 심하고, 초록색일수록 비가 많이 온다. 뉴욕타임스 화면 갈무리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1950년 이후 대다수 아시아 지역과 북유럽에서는 강수량이 늘었지만, 지중해는 물 부족을 겪었다. 아프리카 대부분과 호주 동부도 메말라가고 있다. 러시아 시베리아와 미국, 캐나다, 터키, 프랑스, 그리스, 알제리는 지난 6월부터 최악의 산불을 겪었고, 독일과 벨기에 등 서유럽에서는 지난달 대홍수로 200명 가까이 사망했다.

유엔 소속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9일 보고서에서 1950년대 이후 대부분의 육지 지역에서 폭염 등 극한 고온의 빈도·강도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전 지구 기온이 평균 0.4도 더 오르면 “전례 없는 극한 현상 발생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이대로라면 2050년 안에 최소 12억명이 기후 위기로 집을 잃거나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기후 난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Today`s HOT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황폐해진 칸 유니스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