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대응 외치며 ‘화석연료 수출’ 지속…미국의 모순

이윤정 기자

2018년 후 원유 최대 생산국

LNG 수출도 세계 3위 올라

전문가 “수출국도 규제해야”

미국이 ‘탄소배출 제로(0)’를 외치면서 다른 나라에는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를 계속 수출하기를 원한다는 모순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나라는 물론 ‘수출하는’ 나라들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 공영라디오방송(NPR)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이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를 수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같은 수출 방침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날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막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각국이 기후변화 대처를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화석연료를 채굴해 수출하는 나라들에 대한 규제나 고민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NPR은 지적했다.

미국은 2018년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원유를 생산하는 나라다. 지난해에도 하루 186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원유 생산국 1위 자리를 지켰다. 천연가스(LNG) 수출도 꾸준히 늘린 미국은 지난 5월 카타르, 호주에 이어 세계 3위 LNG 수출국에 올랐다. 미국은 세계 3위의 석탄 생산국이기도 하며 생산량의 15%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이 사실상 전 세계에 화석연료를 실어나르고 있으면서도 기후변화 대응에 목소리를 높인다는 점은 역설적이라고 NPR은 지적했다. 이런 역설적 행보가 가능한 것은 국제사회의 탄소 감축 요구는 소비국에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해 호주, 사우디 등 화석연료를 채굴해 수출하는 나라들은 탄소배출량을 계산할 필요도 없다.

케시 시겔 생물다양성센터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화석연료 수출을 중단하면 채굴량이 크게 줄어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미국 정부는 1970년대 석유 공급 위기 이후 40년간 원유 수출을 금지했다가 2015년 수출 금지령을 해제했다.

석유업계는 그러나 석유 수출이 미국의 에너지안보·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미국 석유 연구소의 프랭크 마키아롤라는 “석유 수출로 중국, 인도와의 무역 적자가 크게 줄었다”면서 “원유 생산 1위 지위 덕에 세계에서 에너지 리더십도 가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NPR은 미국의 화석연료 수출 방침은 향후 수십년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미국에서 휘발유 소비자가격이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자 조 바이든 정부에서 원유 수출의 일시 금지 조치를 언급하긴 했지만 기후변화 때문에 수출을 금지하겠다는 논의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의 제러미 모스 정치학 교수는 “미국, 호주, 사우디 등 화석연료 수출국들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COP26에서 적어도 이들 나라에도 도덕적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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