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 30% 감축 서약 주도한 바이든, 석유·가스 규제 시동읽음

김윤나영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글래스고|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글래스고|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 105개국 정상들이 대표적 온실가스인 메탄 배출량을 2030년까지 지난해보다 30% 감축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합의를 주도한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자국 내 석유·천연가스 산업 규제안을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2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협약국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서 ‘국제메탄서약’ 출범식을 공동 주재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105개국이 서약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협약이 “획기적인 약속”이라면서 “우리가 2030년까지 메탄 30%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가 2050년 탄소 중립이라는 장기적 목적 달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메탄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은 교토의정서가 규정한 6대 온실가스 중 하나다. 석유·가스 생산시설, 오래된 탄광, 축산농가, 쓰레기 매립지가 주요 배출원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는 빨리 소멸하지만,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온난화지수가 이산화탄소의 80배에 달한다. 유엔은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앞으로 10년간 메탄 배출량을 급격히 줄이면 2040년대까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0.3도 낮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도 메탄 감축이 지구 온난화를 둔화하는 가장 저렴하고 빠른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석유·가스 생산 과정에서 새어 나오는 메탄을 줄이는 데는 큰 비용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든, 석유·가스산업 규제

바이든 정부는 이날 2035년까지 자국 메탄 배출량을 4100만t 감축하기 위한 산업 규제안을 발표했다. 메탄 배출을 4100만t 줄이면 연간 2억대 이상의 승용차를 도로에서 없애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이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가 축소한 연방정부 차원의 석유·천연가스 생산시설에 대한 메탄 배출 규제를 확대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전체 석유·천연가스 시설로 메탄 규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석유·천연가스 파이프라인에 대한 안전·환경 표준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새 규제는 총 64만㎞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에 적용된다. 이전까지는 2015년 이후 건설된 신규 석유·천연가스 시설에만 메탄 규제를 적용했던 탓에 미국 전체 석유·천연가스 생산시설 90만 곳 중 90% 이상이 메탄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규제가 “천식 등 호흡기와 관련한 위험한 상황을 줄이는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PA는 파이프라인 누출 점검으로 메탄뿐 아니라 다른 독성가스 누출량을 2035년까지 48만t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 근처에 사는 수 프랭클린은 “매일 밤 썩은 달걀에서 나온 것 같은 냄새를 맡으며 밤잠을 설쳐야 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집 근처 셰일가스 생산지에서 대기오염 물질인 이산화황이 배출돼 지역 주민에게 두통을 유발했다. 펜실베이니아주에 사는 로이스 보워 비욘슨도 10대 아들이 이유 없이 코피를 흘리기 시작하자 더는 집에서 창문을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변검사 결과 온 가족 몸에서 화학 물질이 검출됐다.

미국 석유·가스업계의 최대 로비그룹인 미국석유협회는 정부의 이번 메탄 누출 규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메탄 수수료 제도를 도입하려는 미 의회의 입법안은 “징벌적이고 불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미 의회는 일정량을 초과하는 메탄을 누출한 기업에 t당 최대 1500달러의 메탄 사용료를 매기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석유업계의 로비와 일부 민주당 의원의 반대로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훈련 지시하는 황선홍 임시 감독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라마단 성월에 죽 나눠주는 봉사자들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선박 충돌로 무너진 미국 볼티모어 다리 이스라엘 인질 석방 촉구하는 사람들 이강인·손흥민 합작골로 태국 3-0 완승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