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DA, '먹는 코로나 치료제' 첫 승인읽음

윤기은 기자
화이자가 개발한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에 있는 공장에서 지난 16일(현지시간) 제조돼 나오고 있다. 프라이부르크 | 로이터연합뉴스

화이자가 개발한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에 있는 공장에서 지난 16일(현지시간) 제조돼 나오고 있다. 프라이부르크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먹는 코로나19 치료 알약 사용을 최초 승인했다.

FDA는 22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화이자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 알약 ‘팍스로비드’의 긴급 사용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이번 승인으로 미국 시민들은 병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팍스로비드를 복용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게 됐다.

파트리지아 카바조니 FDA 약물센터 소장은 “새 변이(오미크론)가 출현한 중대한 시기에 이번 허가는 코로나에 맞서 싸울 새로운 도구를 제공한다”며 “심각한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는 고위험군 환자들이 더 쉽게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팍스로비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단백질 분해효소(3CL 프로테아제)를 억제하는 치료제다.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단백질 생성이 중단되면 바이러스 증식도 억제된다. 팍스로비드를 복용할 수 있는 대상은 코로나19 감염 시 입원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 성인과 12세 이상 소아 환자(몸무게 40kg 이상), 비만 및 심장질환 등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 등이다. 다만 FDA는 신장이나 간 중증 질환자들에게는 팍스로비드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FDA는 코로나19 증상 발현 직후 5일 이내에 팍스로비드를 먹으면 복용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입원·사망률이 88%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화이자는 임상시험 결과 3일 이내에 투여하면 입원·사망 위험을 89%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화이자는 팍스로비드가 오미크론에 대해서도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했다. 팍스로비드가 오미크론 변이의 자기 복제를 위해 필요한 단백질 분해효소 활동을 차단한다는 사실이 초기 실험에서 밝혀졌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감염자는 증상이 나타난 직후부터 하루에 두 번 3알씩 5일간 총 30알을 12시간 단위로 복용해야 한다. 1코스인 30알 중 20알은 팍스로비드, 10알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리토나비르다. 미국 정부는 1코스당 530달러(약 63만원)에 팍스로비드를 사들였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화이자는 이날 팍스로비드를 즉시 납품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전 세계에 공급할 수 있는 팍스로비드는 18만코스다. 화이자는 내년도 생산 물량을 8000만코스에서 1억2000만코스로 상향 조정했다며 내년에는 생산 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는 6만∼7만코스가 배정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내년 1월에만 팍스로비드를 25만회분 확보했다고 밝혔다. 미 연방정부는 이 약을 지역 보건센터와 약국에 배분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약 4000만명에 달하는 미국 성인들이 백신을 맞지 않은 상황에서 효과적인 코로나 알약은 환자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메이요클리닉의 그레고리 폴란드 박사는 “화이자 알약은 효능은 높고 부작용은 적은 경구용 치료제”라며 “고위험군 집단에서 입원과 사망 위험이 90% 감소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각 가정에서 환자들이 팍스로비드를 복용한다고 하더라도 코로나 방역에 대한 초기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환자들이 자가 진단을 거친 뒤 병원을 방문해 의사 처방전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에 증상이 진전되면서 약의 효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팍스로비드의 긴급사용승인 검토에 착수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달 4일 세계 최초로 미국 제약사 머크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나비르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AP통신은 FDA도 곧 몰누피나비르에 대한 긴급 사용을 승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FDA 자문기구인 항균제자문위원회(ADAC)는 지난달 30일 몰누피나비르 승인을 권고했다. 다만 일부 위원들은 이 알약이 임신부 등에 안전성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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