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준 거 없는 바이든의 1년 ‘트리플 F학점’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코로나·물가·분열 해결 못해

보여준 거 없는 바이든의 1년 ‘트리플 F학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이 20일(현지시간) 취임 1주년을 맞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전임자가 선거 패배를 승복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 때문에 그는 코로나19와 함께 정치적 분열을 미국 사회의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하고 극복을 다짐하며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 1년간 미국 사회는 분열적인 통치 스타일로 악명을 떨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 비하면 안정을 회복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받아든 성적표는 여전히 초라하다.

코로나19 위기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물가는 치솟고 있으며, 미국 사회의 분열 역시 메워지지 않았다. 그사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무능’의 이미지까지 드리워지고 있다.

■끝이 안 보이는 코로나19 위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월20일 “우리는 이 죽음의 바이러스를 극복할 수 있다”는 선언과 함께 취임했다.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19 졸속 대응을 맹렬히 비판해온 그는 취임 다음날 200쪽에 달하는 코로나19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의 신뢰도를 제고하고 현장 의료 인력을 보호하면서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취임 100일까지 달성하겠다고 한 코로나19 백신 1억회 접종을 2배 넘게 달성했다.

취임 당시 19만명대였던 미국의 하루 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해 6월 1만명 초반대로 떨어졌다.

■인플레 대응, 여당조차 설득 못한 ‘무능한 큰 정부’ 출구도 캄캄

실업률 회복에도 물가 못 잡아
‘트럼프 제외’ 역대 최저 지지율
사회복지·투표권 등 3대 법안
내분으로 난관…리더십 흔들
중간선거 전 반전도 쉽지 않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은 지금까지 5억3000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미국 전체 인구 3억3000만명 가운데 63%가 2차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립기념일과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일상으로의 복귀가 머지않았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인도발 델타 변이, 남아프리카공화국발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약속은 번번이 공수표가 됐다. 특히 전염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지난 연말부터 빠르게 확산되자 바이든 정부의 예측과 대응이 실패했다는 여론에 직면했다. CBS·유고브가 지난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19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답한 미국 시민은 49%였다. 지난해 3월 67%에서 18%포인트나 까먹었다. 트럼프 정부와 대비되면서 누렸던 기저효과가 사라진 측면도 있다. 지난 13일에는 미 대법원이 민간기업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를 무효화시킴으로써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는 바이든 정부의 손발을 묶었다.

■40년 만에 최대치 물가 상승

바이든 정부는 집권 초부터 ‘큰 정부’를 추구했다. 대대적인 재정 투입을 통해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고, 낙후된 인프라를 재건하며, 사회복지 수준을 대폭 끌어올린다는 취지였다. 지난 3월 1조9000억달러(약 2297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통과시켰고, 11월에는 1조2000억달러(약 1432조원) 규모의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켰다. 2020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미국 경제는 지난해 5.2%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실업률은 3.9%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바이든 정부는 집권 이후 600만명이 일자리를 되찾은 것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빠르게 회복한 경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기업들의 구인난, 공급망 병목 현상 등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지난해 초부터 소비자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급기야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달 7%나 상승해 1982년 6월 기록을 갈아치웠다. 바이든 정부는 위축됐던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전문가들도 이 같은 분석에 동의한다.

하지만 태어나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높은 물가 상승을 경험하고 있는 만 40세 이하 미국인들은 식료품 매장 매대가 텅 비는 상황까지 연출되자 불만이 치솟고 있다. 취임 1년을 맞는 시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1945년 이후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은 주요 원인 중 하나도 바로 경제 문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자리를 새로 찾고, 임금 상승 혜택을 누린 사람은 일부이지만 인플레이션은 미국인 전체가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극단적인 정치적 분열과 대립

바이든 대통령은 오랜 정치적 경험을 바탕으로 극단화된 정치 풍토를 치유할 수 있다고 다짐했다. 그는 전임자에 대한 비판을 자제함으로써 자신을 찍지 않은 시민을 포용하려 했다. 의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여야 정치인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여당인 민주당이 하원에서 간신히 다수를 차지하고, 상원은 야당인 공화당과 의석을 정확히 절반씩 나눠 갖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은 협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전히 지난 대선에서 거대한 사기가 있었다고 부추기고, 미국인 3명 중 1명이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상황도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사회복지법안, 투표권 법안, 이민개혁법안 등 난관에 봉착한 주요 법안들은 그의 정치적 리더십을 갉아먹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주요 법안의 처리가 상원의 절반을 차지한 공화당의 반대뿐 아니라 여당 내분으로 봉쇄돼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반년이 넘도록 조 맨친·키어스틴 시네마 등 민주당 내 ‘반골’ 상원의원에게 휘둘리는 모양새다. CNN방송은 스스로 설정한 법안 통과 시점을 수차례 넘기고, 여당 의원을 설득하지 못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내보이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 자산을 스스로 잠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쉽지 않은 반전의 계기

미국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치른다. 집권 전반기의 성적표를 들고 중간선거에서 심판을 받는 것은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겪어온 일이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하원이나 상원 한 곳이라도 주도권을 공화당에 내주면 바이든 대통령 집권 후반기는 더욱 험난한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2018년 중간선거에서 하원 주도권을 민주당에 내줌으로써 집권 후반기엔 야당의 강력한 견제에 가로막혀 주요 법안을 거의 처리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지금처럼 여야의 극단적인 대치로 정치적 타협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잃으면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코로나19와 경제, 그리고 주요 법안 처리라는 3대 과제가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2월 말 신년연설이 반전의 계기를 도모할 주요 계기라고 충고한다. 그간의 성적표를 바탕으로 국정운영의 목표와 방향을 실현 가능한 방향으로 조정함으로써 무능의 이미지를 벗어나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윌리엄 갤스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율을 5%포인트가량 끌어올릴 수 있다면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그나마 싸워볼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작더라도 성과를 쌓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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