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 '임신중단권 폐기'에 “기술 기업들 인력난 심화 될 수도”

노정연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24일(현지시간) 50년간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하는 근거가 됐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가운데, 세계 최대 검색 포탈인 구글은 이번 판결로 영향을 받는 직원들이 근무지를 이전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24일(현지시간) 50년간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하는 근거가 됐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가운데, 세계 최대 검색 포탈인 구글은 이번 판결로 영향을 받는 직원들이 근무지를 이전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의 임신중단권 불인정 판결이 미국 기업들에게도 큰 파장을 미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의 원정 시술 비용을 지원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가운데 인력난을 겪고 있는 기술 기업들의 구인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P통신은 25일(현지시간) 임신중단에 대한 헌법적 보호를 종료하기로 한 대법원의 판결이 모든 유형의 기업들을 분열적인 상황으로 몰아넣었다고 보도했다.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최소 26개 주에서 임신중단이 금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앞으로 이들 주에서 거주하는 직원들은 임신중단을 위해 다른 주로 이동해야 한다. 직장에서의 여성 평등과 승진을 약속해 온 많은 미국 기업들은 원정 시술 지원 문제를 놓고 양분된 상태다.

미국 주요 기업들은 대체로 낙태 시술 여행 경비를 지원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피오나 치코니 구글 최고인사책임자(CPO)는 24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대법원의)이번 판결이 직원들의 건강과 삶, 커리어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판결로 영향을 받는 직원은 근무지 재배치를 요청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치코니는 이어 “주저하지 말고 구글 커뮤니티에 의지하라. 우리는 며칠 이내에 직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모기업인 메타를 비롯해 우버, 듀오링고 등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들도 임신중단 서비스를 찾는 직원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시티그룹, 월트디즈니, 애플, 스타벅스, 리프트, 파타고니아, 골드만삭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 체이스 등도 직원이 거주지를 떠나 다른 주에서 임신중단 시술을 할 경우 회사가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추가하거나 재확인했다.

반면 미국에서 고용 직원 숫자가 가장 많은 월마트를 비롯해 맥도날드, 펩시, 코카콜라, GM, 타이슨, 메리어트 등은 아직 비용 지원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텍사스주 등 임신중단 시술을 금지하는 주 정부 당국은 시티그룹 등 기업들에게 직원들의 원정 시술 경비를 지원하지 말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페이스북과 모기업인 메타 로고. 메타 등 주요 기업들은 임신중절이 금지된 주에 거주중인 직원들이 수술을 원할 경우 이동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페이스북과 모기업인 메타 로고. 메타 등 주요 기업들은 임신중절이 금지된 주에 거주중인 직원들이 수술을 원할 경우 이동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판결로 임신중단이 금지된 주의 기업들은 자유로운 이동을 선호하는 고학력 근로자를 유치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진보적인 성향의 기술인재들이 거주지와 회사 선택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구인난에 시달리는 기술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테슬라 등 절세를 위해 캘리포니아주 등 진보 성향 주에서 텍사스주 같은 보수 성향이 강한 주로 본사를 이전한 기업들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텍사스는 세금 우대 혜택을 앞세워 지난 수년간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을 적극 유치해왔다.

텍사스주립대 오스틴 캠퍼스에서 경제 개발을 연구하는 스티븐 페디고 교수는 “(젊은 인재들은)오스틴에 머무는 것보다 뉴욕이나 시애틀로 가는 것이 진정한 가능성”이라며 “젊고 진보적인 기술 인재를 유치하는 것이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언어학습업체 듀오링고의 최고경영자(CEO) 루이스폰 안은 판결 직후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나주의 의원들을 겨냥한 트윗을 통해 “만약 펜실베니아주가 임신중단권을 불법화하면 우리는 인재를 유치할 수 없게 될 것이며 다른 지역에서 사무실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주의 원정 시술 경비 지원이 불법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불확실한 상황도 기업들에게는 불안 요소다. 미 인적자원관리협회의 정부 업무 책임자인 에밀리 디킨스은 “4분의1에 달하는 조직이 직원들의 원정 시술을 지원하는 것이 그들의 경쟁력과 능력을 향상시킬것이라는 데 동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주법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불분명하며 고용주는 관련된 법적 위험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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