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7서 ‘브라질의 귀환’ 선언한 룰라 대통령 당선인
아마존 비롯한 열대우림 보호 위해
인도네시아·민주콩고와 협력 나서
선진국엔 개도국 지원 필요성 강조
개발론자들 압력 이겨낼지 미지수
“브라질이 돌아왔다.”
16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의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회의장에선 개회 이래 가장 큰 환호 소리가 울려퍼졌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을 반기기 위해 모여든 인파는 그를 향해 몇 번이고 “올레, 올레, 올라, 룰라, 룰라” 구호를 외쳤다. 그의 연설을 직접 현장에서 듣기 위해 1시간이 넘도록 회의장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도 끝내 들어가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이번 세계기후총회의 ‘슈퍼스타’는 의심의 여지없이 룰라 당선인이었다.
룰라 당선인은 이날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브라질의 귀환을 선언했다. 그는 연설에서 “아마존이 보호받지 못한다면 기후 안보는 없을 것”이라며 불법 벌목이나 채굴 등 관련 범죄를 전부 “유예 없이”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개발을 통한 경제성장을 이유로 보호조치를 없애는 등 산림 벌채를 적극적으로 권장해온 현 정부의 행보를 바로잡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2019년 1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아마존 열대우림의 산림 벌채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엔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 열대우림의 52%를 차지하는 브라질, 인도네시아, 콩고민주공화국은 이번 COP27에서 열대우림 보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룰라 당선인은 “브라질이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천명하고 싶다”면서 2025년에 열리는 기후변화 총회(COP30)를 아마존에서 개최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마존에서 COP가 열려야 “아마존과 기후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이 지역을 가까이서 직접 보고 알게 될 것”이란 이유였다. 그는 이번주 내로 ‘아마존 COP’를 열자는 아이디어를 유엔 지도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국 지도자들을 겨냥한 비판도 뒤를 이었다. 룰라 당선인은 “지구온난화와 맞서 싸우는 일은 가난 퇴치나 평등한 세계 구축과 분리할 수 없다”며 선진국의 지원을 요구했다. 그는 특히 “여기에 부유한 나라 대표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며 “내가 이곳에 돌아온 이유 중 하나는 이전에 약속된 것을 받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2009년 코펜하겐 합의에서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까지 매년 최소 1000억달러의 기후기금을 내겠다고 한 합의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그는 “세상은 바뀌었는데 유엔은 아직도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지정학적 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세계는 기후 문제에 대한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면서 유엔의 개혁 필요성도 언급했다.
룰라 당선인은 이날 수많은 약속을 쏟아냈지만 내년 1월1일 임기를 시작하면서부터 난제에 맞닥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아마존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역대 브라질 대통령들은 경제성장을 위해 아마존을 개발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력을 받아왔다. 또 그는 처음 집권했을 때는 아마존 출신의 환경운동가 마리나 시우바를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해 아마존 삼림 훼손을 적극적으로 저지했지만, 집권 후반기엔 농업 부문과 타협하면서 “들쑥날쑥한 환경정책”을 펼쳤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