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반도체 법은 ‘제로섬’ 정책…미국에도 득보다 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미 경제전문가 “차별적 요소 직접 시정해야” 보호주의 지적

대중국 수출통제 등 경제수단보다 외교 및 국방력 대응 강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자국 제조업 부활을 위해 동맹들까지 소외시키는 ‘제로섬’ 방식의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등의 ‘차별 논란’을 바로잡는 것이 시급하다는 미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애덤 포즌 소장은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봄호에 실린 글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으로의 제조업 이전’ 정책에 대해 “중국엔 직접적으로, 다른 나라들로부터는 좀 더 정중하게 생산을 빼앗으려는, 나머지 세계를 희생시키는 제로섬 접근”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국제 무역·기술 현실을 간과한 채 공급망 회복력, 미국 노동자 소득 증대, 중국의 공세 방어 등의 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미국의 경제안보와 국가안보에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즌 소장은 미 산업정책을 둘러싼 우려를 해소하려면 “정부가 반도체법, IRA, 인프라법 등의 차별적 요소를 직접 시정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유럽과 아시아 동맹들로부터의 대규모 반격을 막기 위해” 이미 ‘임시방편’ 격으로 해외 제조 전기차에도 동일한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상용차에 한정)하는 우회로를 만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는데, 미국이 더욱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중국이 선도 기술 확보 명목으로 외국 기업들에 중국 기업과의 합작투자를 압박한 것처럼 미국도 배터리, 청정에너지 등 자국 생산자가 없는 부문에서 유사한 일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은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대만 등과 첨단산업 분야 공공투자를 놓고 경쟁할 것이 아니라 조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반도체, 배터리 산업 등에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보조금 경쟁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라는 ‘빅리그’를 감독하는 위원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는 미국이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대중국 수출통제 고삐를 죄고 있는 것과 관련해 “중국의 공세에는 외교 및 국방 역량 강화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며 경제적 수단의 활용을 경계했다. 특히 “현재와 같은 자의적인 수출·투자 제한 조치가 성공하려면 미국이 전례 없는 수준의 ‘상업 경찰국가’가 돼야 한다”면서 이는 미국의 수행 역량 등에 비춰볼 때 실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생산에 의존해서는 안 되고, 중국에 수출돼서도 안 되는 핵심 군사 기술 명단을 공개하고, 실제 통제 시스템은 자연스럽게 개발되도록 둘 것을 권고했다.

2013년부터 PIIE 소장을 맡고 있는 포즌은 연준 뉴욕은행, 의회예산국(CBO), 잉글랜드은행 등에서 일한 경제학자로, 트럼프 행정부 시기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흐름을 비판해왔다. 그는 “성공적인 미 산업정책의 핵심은 최고 기술의 광범위한 확산과 채택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 아메리카’ 기조에 대해선 “국내 제조업 고용 극대화가 목표인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혁신·국가안보·탈탄소화 등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정책까지도 몰아낸다는 것이 심층 연구 결과로 입증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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