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민간인 보호 즉각 조치 없으면 이스라엘 지원 정책 전환” 경고

선명수 기자
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에서 민간인 보호를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온 미국의 대이스라엘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4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커비 조정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국제구호단체 직원 7명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사망한 데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면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민간인 피해와 인도주의적 고통, 구호 활동가들의 안전을 해결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일련의 조치들을 발표하고 실행하라고 강조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행동에 대한 평가로 결정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커비 조정관은 전했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이스라엘 측의 몇 가지 실질적인 변화”라면서 “향후 몇 시간, 수일 내에” 가자지구로 향하는 인도주의적 지원의 극적 증가, 민간인들과 국제 구호단체들에 대한 공격 감소 등 즉각적 조치들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통령은 구호단체 직원들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확실히 흔들렸다”면서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자신의 우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강하게 느꼈다”고 소개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최후통첩’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통령은 일이 진행되는 방향에 대한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다”며 “우리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는지에 따라, 우리 자신의 정책 접근법을 재고할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1일 가자지구에 식량을 전달해온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외국인 직원 등 7명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아 숨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격분” “비통” 등의 단어를 동원해 이스라엘을 질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례적으로 이 사건에 이스라엘군의 책임을 인정하며 ‘오폭’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줄곧 이스라엘군의 ‘자위권’을 강조하며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왔다.

개전 이후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가 3만3000명을 넘어서고 이스라엘군이 민간인과 언론인, 의료진, 구호 요원까지 무차별 공격하며 국제사회에서 비판 여론이 고조됐으나, 미국은 지원 정책을 철회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전에도 이스라엘에 민간인 피해를 줄일 것을 요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막대한 무기 지원을 계속하고 유엔에서 이스라엘을 비호하는 등 확고한 지원자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전쟁이 6개월간 지속되며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대규모 희생에 더해 미국 시민까지 구호활동을 벌이다 사망하며 비판 여론이 급증하자, 지지 일변도의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반발 기류가 확산하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두 정상은 통화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공개적 위협에 대해 논의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의 보복 위협과 관련해 미국이 이스라엘을 강하게 지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1일 시리아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 장교들이 사망했다. 이에 이란이 강하게 반발하며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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