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려” 외침에 연설대 뒤로
경호원 둘러싸여 차로 이동
인근 병원서 치료 받고 퇴원
용의자, 불과 120여m 거리
“소총 들고 옥상으로 올라가”
일부 지지자들 목격하기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총격은 그를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할 전당대회 개막을 이틀 앞두고 지지자들이 대거 모인 야외 유세장에서 벌어졌다. 총격 용의자는 빠르게 제압됐지만, 미 대선을 불과 넉 달 앞두고 벌어진 초유의 암살 시도 사태에 경호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총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 오후 6시2분쯤(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의 야외 유세장에서 무대에 오른 지 불과 몇분 만에 시작됐다. 컨트리 가수 리 그린우드가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를 부른 뒤 연단에 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설을 시작했다. 연단에 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후 6시11분쯤 불법 입국자 문제를 거론하며 “(국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한 번 보라”고 말하는 순간 최소 다섯 발의 총성이 울렸다.
현장을 촬영한 생중계 영상을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성과 동시에 자신의 오른쪽 귀를 만졌고, 경호원들이 “엎드려!”라고 외치는 소리와 함께 연설대 뒤로 몸을 숨겼다. 곧바로 경호원들이 무대 위로 뛰어올라 그를 에워쌌다. 총성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연설대 뒤로 몸을 피한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이어졌다. 연단 뒤에서 유세를 지켜보던 사람들도 비명을 지르면서 일부는 몸을 숙였고, 일부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이후 청중 사이에서 총격 부상자가 있는 듯 비명 소리가 들렸다.
첫 총성이 울린 지 약 1분이 지난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부축을 받으며 일어섰다. 연단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오른쪽 귀와 얼굴에 피가 묻은 모습이었다. 그는 청중을 향해 괜찮다는 듯 주먹을 몇 차례 들어보였고,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환호성에 “싸워라”라고 말하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단상 아래로 내려간 뒤 오후 6시14분쯤 차를 타고 유세장을 떠났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호를 맡은 비밀경호국(SS)과 트럼프 캠프는 성명을 통해 그가 안전하며, 인근 병원에서 치료와 검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총격 발생 2시간30분가량 뒤인 오후 8시42분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총알이 내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했다”고 밝혔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후 퇴원했다.
총격 용의자는 비밀경호국 요원들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됐다. 용의자는 유세장 인근 건물 옥상에서 무대를 향해 여러 차례 총격을 가했으며, AR-15 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 CNN은 용의자가 무대로부터 불과 120~150m 거리에서 총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총격 용의자는 빠르게 제압됐지만, 전직 대통령이자 유력 대선 후보를 겨냥한 초유의 암살 시도 사태를 두고 ‘경호 실패’라는 지적도 나온다. 총격 용의자가 피격 몇분 전에 소총을 들고 건물 옥상으로 기어 올라가는 모습이 일부 청중에게 목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유세장 밖에 있던 그레그 스미스는 BBC에 “건물 지붕 위로 곰처럼 기어 올라가는 남자를 봤고, 그는 소총을 들고 있었다”며 경찰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그는 “‘왜 트럼프가 아직 연설하고 있고, 왜 그를 연단에서 끌어내리지 않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다섯 발의 총소리가 들렸다”면서 “왜 건물 꼭대기마다 요원을 두지 않는 것인가. 100% 경호 실패”라고 말했다. 미 당국은 해당 건물이 경호 범위 밖이었다고 밝혔다. 유세장 안에 입장하는 이들은 무기 소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보안 검색을 받아야 한다.
미 사법당국은 이번 사건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미수’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총격 용의자의 신원과 범행 동기, 공범 여부 등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