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부자 증세’도 후퇴…경제 ‘우클릭’ 행보 계속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4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노스햄튼의 한 브루어리에서 유세를 열고 경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4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노스햄튼의 한 브루어리에서 유세를 열고 경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경제가 최대 쟁점인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우클릭’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4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유세에서 발표한 경제 공약에서 연간 100만달러(약 13억3500만원) 이상 자본 이득에 대한 세율을 28%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부자 증세’를 내걸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세율 39.6%와 비교하면 세율이 상당히 낮아진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주식 등 자산을 매매해 얻은 차익에 물리는 세금인 자본이득세율은 최대 20%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억만장자’들의 세금 부담이 너무 적다면서 과세소득이 100만달러 이상인 경우 세율을 현재보다 두 배 올리겠다고 지난 3월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조세 공약을 발표하면서 “내 계획은 세법을 보다 공정하게 만들고 투자와 혁신을 우선시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투자를 장려하면 광범위한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 그것은 우리 경제를 더 튼튼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억만장자와 대기업들도 공정한 몫의 세금을 내야 한다”고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기존에 백악관 예산안에 포함된 바이든 대통령의 증세안을 지지했던 데서 입장이 후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선거 자금을 모금하고 중도층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비즈니스 프렌들리’ 이미지를 적극 차용하려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해리스 부통령과 참모들이 ‘큰손’ 후원자들로부터 바이든 대통령의 부자 증세 방안을 철회하라는 압박을 받아왔다고도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주요 경제 분야 정책에 관한 입장을 바꾼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29일 CNN과의 첫 인터뷰에서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법(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환경오염과 공중보건 악영향 논란이 나오는 프래킹 금지를 천명했던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 때와 달라진 것으로, 셰일가스 생산이 활발한 경합주 펜실베이니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해리스 캠프는 이날 “전기차 의무화를 지지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인 2019년 ‘2040년까지 미국 내 신규 판매 승용차 100%를 탄소 배출 제로 차량으로 의무화’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한 바 있다. 미국 자동차 생산 중심지인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유권자 표심을 의식한 처사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리즈 체니 전 공화당 하원의원. AP연합뉴스

리즈 체니 전 공화당 하원의원. AP연합뉴스

리즈 체니 “해리스에 투표할 것”

한편 공화당의 대표적인 ‘반트럼프’ 인사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은 11월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선언했다. 체니 전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가 초래하는 위험 때문에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해리스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아들인 지미도 최근 국립묘지 촬영 규정 위반 논란을 빚은 트럼프 전 대통령 대신 해리스 부통령에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CNN의 경합주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에선 각 47%로 동률을 기록하고, 조지아와 네바다에서는 해리스 48%, 트럼프 47% 등 초박빙 대결 양상을 보였다. 대선 레이스의 중대 국면이 될 10일 첫 TV토론과 관련해 양측은 발언 순서가 아닌 후보의 마이크를 끄는 데 합의했다.


Today`s HOT
프란치스코 교황이 빙문할준비를 하는 파푸아뉴기니 무용수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 퇴임을 기념하는 방글라데시 2026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경기하는 팔레스타인과 대한민국 화재 진압 중인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산불로 인해 연기로 뒤덮인 에콰도르 키토시 캐나다 토론토 국제 영화제 광고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조지아 학교 총격으로 희생자를 추모하는 사람들 갱단 폭력 사태인 아이티 방문해 대화중인 미국 블링컨 장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훼손된 우크라이나 도시 뉴질랜드 마오리족 왕의 장례식 교황 방문 예정인 파푸아뉴기니 모래사장에 뛰노는 아이들 뉴욕 테니스 8강전에서 승리한 이탈리아 야닉 시너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