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통일 독트린’, 미국의 지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에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얻으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10월 초 워싱턴에서 열릴 첫 한·미·일 북한 인권 관련 대화에서도 통일 독트린을 의제로 다룰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주 방미한 김천식 통일연구원 원장은 지난 4일 ‘한·미관계 콘퍼런스’ 개회사에서 “독일의 통일이 미국의 결단과 리더십으로 가능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언급하며 “미국은 한국의 통일에 결정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국가”라고 말했다.

아마도 김 원장은 ‘통일된 독일’을 막판까지 반대한 영국·프랑스와는 달리 독일 통일을 지지한 미국의 결과론적 역할을 강조하려 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독일 통일의 교훈을 말하려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까지 20년간 서독의 좌우 정권 모두 동방정책을 지속했고, 동·서독 주민 간 교류가 원활했다는 점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 단절된 남북 채널 복원은 차치하고라도, 당장 북한의 오물 풍선과 남측의 대북전단으로 인한 긴장 해결에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통일 방안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 공허한 까닭이다.

정부는 통일 독트린이 추구하는 핵심은 ‘자유 가치의 북녘으로의 확장’이라면서 이를 위해 정보 접근권 확대를 강조한다. 억압받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궁극적으로 ‘자유’가 실현돼야 한다는 명제에 반대할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대북 심리전 강화 주문에서도 보듯이 정부가 실질적 북한 인권 개선보다는 대북 압박 차원에서 인권을 ‘무기화’하는 데 관심이 있어 보인다는 인상을 준다. 한반도와 인권 문제를 성찰적으로 접근하려는 미국 당국자와 전문가들도 내심 우려하는 대목이다.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어느 시점엔 북한과 마주 앉아야 하므로 최소한의 긴장 관리 노력이 필요하지만, 한국 정부 행보는 이와 거리가 있다는 인식이 깔린 것이다. 정부가 통일·인권 의제 확산을 명목으로 미국의 반응을 살피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지 않을까.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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