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이민자 가정 출신···1990년 대통령 당선
재임 중 학살·납치 관여 혐의 25년형 선고 받아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러 실형을 살았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수도 리마에서 사망했다고 AP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년 86세.
그의 딸이자 페루 야당 민중권력당 대표인 케이코 후지모리는 이날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아버지가 오랜 암 투병 끝에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썼다. 그는 호흡기·신경계 질환과 설암 등으로 몇 차례 수술을 받았다.
1938년 일본계 이민자 출신 가정에서 태어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990년 페루 출신 유명 작가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국영 산업 민영화를 통한 경제 안정화, 과감한 치안 정책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3선 연임에 성공한 2000년, 재임 중 페루에서 자행된 학살·납치 등 각종 범죄와 비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권좌에서 물러났다. 그는 일본으로 도피한 상태에서 팩스로 사임서를 제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5년 재기를 도모하며 칠레로 입국했다가 가택 연금됐고, 2007년 페루로 범죄인 인도된 뒤 2009년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2017년 12월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당시 대통령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사면했다. 페루 법원은 2018년 10월 사면을 취소했지만, 헌법재판소는 2022년 3월 사면 결정을 되살리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페루 정부가 미주기구(OAS) 산하 미주인권재판소 판결에 근거해 석방을 거부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법정 투쟁을 벌여 지난해 12월 석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