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네수엘라 대법원장 등 무더기 제재···“자유·공정 선거 부정”

조문희 기자

대부분 친 마두로 성향 인물

미 재무부 “단호한 조치” 강조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마라카이보에서 시위대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3선에 성공한 대선 결과에 항의하며 국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마라카이보에서 시위대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3선에 성공한 대선 결과에 항의하며 국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베네수엘라 대선 ‘부정 개표’ 의혹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대법원장 포함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 핵심 인사들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2일(현지시간) 카리슬리아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관,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직원, 검사, 군 장성, 정보기관 ‘세빈’(SEBIN)요원 등 16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대부분 친 마두로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앞서 로드리게스 대법원장은 대선에서 광범위한 개표 부정 논란이 있었다는 야권의 강한 주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선관위 개표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는 감사 결과를 직접 발표하며 마두로 대선 승리를 확인한 바 있다.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차관은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을 탄압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 대한 시민의 권리를 부정한 마두로와 그의 대변자들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압도적 다수의 베네수엘라 국민이 변화를 요구하는 가운데 16명은 마두로의 불법 사기 승리 주장과 선거 이후 표현의 자유를 잔인하게 막은 데 관여했다”고 제재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데예모 차관은 “미 행정부는 마두로와 그 측근들에게 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우리의 도구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미 당국은 개표 과정 전체 공개를 요구하거나 곤살레스 후보를 지지하는 집회에 나갔다는 이유로 시민들을 구금하도록 지시하거나 관련 ‘작전’을 지휘한 군사령관 및 SEBIN 부국장 등도 제재하기로 했다.

이번에 발표된 로드리게스 대법원장 등은 추가 제재 대상이다. 미 재무부는 마두로 대통령, 타레크 윌리암 사브 검찰총장,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부 장관, 구스타보 곤살레스 SEIN 국장, 엘비스 아모로소 선관위원장 등 현재까지 개인 140여 명과 법인 100곳 이상을 제재했다.

앞서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지난 7월28일 치러진 대선에서 투표 종료 이후 6시간여 만에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3선)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시간 개표 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시민단체의 개표 참관도 차단해 부정 개표 의혹이 일었다. 베네수엘라 민주 야권 측이 자체 집계 후 온라인에 공개한 득표율 취합 자료상에선 곤살레스 후보의 승리였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부정 개표 의혹에 맞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이에 맞서는 정부가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고, 압수수색 영장 발부 등 정식 절차 없이 야권 인사를 ‘마구잡이’로 잡아들이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곤살레스 후보도 “생명의 위협”을 이유로 최근 스페인으로 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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