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두번째 암살 시도가 대선 판세에 미칠 영향도 촉각을 모으고 있다.
11월 미 대선을 약 50일 앞두고 일어난 이번 사건으로 트럼프 지지층이 결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초접전 양상인 대선 구도가 다시 한 번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비밀경호국(SS)과 현지 경찰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 오후(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소유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치던 중 인근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즉시 대피했다.
미 연방수사국(FBI) 등 사법당국은 이번 총격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용의자는 58세 남성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로 확인됐다.
용의자가 체포된 만큼 범행 동기와 배후 등이 밝혀질 경우 향후 대선 과정에서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미 지난 7월 한 차례 암살 시도를 모면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다른 암살 모의의 표적이 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트럼프 지지자들을 비롯한 보수 진영의 동정 여론이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이 더욱 결집해 초박빙 구도로 흐르고 있는 대선 판세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0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첫 TV토론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할 수도 있다.
다만 지난 7월 첫번째 암살 시도 때와 비교해 이번 사건의 무게감이나 파급효과는 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7월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에서 연설 도중 암살 용의자의 총격으로 피습을 당했고, 특히 암살 위기를 벗어난 뒤 군중에게 주먹을 치켜들고 “싸우자”(Fight)고 외치는 모습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골프광으로 알려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말 개인 소유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비밀경호국 요원들에 의해 암살 모의가 사전에 발각됐다는 점에서 7월 사건 때와 같은 강렬한 이미지가 만들어지지는 않은 상황이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반트럼프’ 정서가 뚜렷한 부동층 유권자 표심에 미칠 영향을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정치폭력’을 규탄하고 나섰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성명을 내고 “전직 대통령 트럼프가 안전한 것에 감사하다”며 “분명히 말하겠다. 나는 정치 폭력을 규탄한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더 많은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자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전현직 대통령 경호를 책임지는 비밀경호국(SS)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공화당 성향 인사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암살 시도와 관련 민주당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정치 공세에 나설 태세를 하고 있다.
보수 단체 터닝포인트 USA 설립자 찰리 커크는 “그들은 계속해서 트럼프를 죽이려 할 것이다”면서 “우리가 11월에 이겨야만 이 일이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미국 역사상 어떤 지도자도 많은 공격을 견뎌내고도 이렇게 강력하고 회복력을 유지한 적이 없다. 트럼프는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J 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은 사건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통화했다면서 “그가 무사해 기쁘고, 그는 놀랍게도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고 소셜미디어에 밝혔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전직 대통령이 다치지 않아 안도했다”면서 “내가 여러 번 말했듯이 우리나라에는 언제든 정치 폭력이나 그 어떤 폭력을 위한 자리도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난 내 팀에게 비밀경호국(SS)이 전직 대통령의 계속되는 안전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자원과 역량, 보호 조치를 계속 갖추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