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협상 분위기에 현실론 확산
차기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관망세’
지난해 10월 발발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적극 휴전 중재에 나섰던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임기 내 협상 타결을 체념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최근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 임기 내 휴전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털어놓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1월 임기 종료까지 가자 전쟁을 휴전으로 이끌어 자신의 마지막 업적으로 삼으려 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진단이 내부에서 확산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5월 31일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한 이스라엘 측의 3단계 휴전안을 기초로 카타르, 이집트와 함께 휴전 협상에 노력해 왔다. 특히 백악관은 “양측이 휴전안 내용의 90%까지 동의했다”면서 조만간 협상 타결이 발표될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WSJ는 하지만 실제 협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진단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협상이 조만간 타결될 것이라는 징후는 없다”면서 “협상이 나중에라도 타결될 것이라는 확신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비관론의 근거는 여럿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필라델피 회랑의 이스라엘군 철군 문제에 대해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하마스가 납치한 이스라엘 인질을 석방하는 대가로 석방해야 할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숫자를 두고도 양측 ‘교환 비율’이 협상의 걸림돌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무선호출기와 무전기 폭발 공격으로 협상 전망이 더욱더 어두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측이 전면전에 돌입할 경우 헤즈볼라와 우호 관계인 하마스로서도 가자 전쟁과 관련해 외교적인 해결책을 선택할 여지가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하마스의 협상 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협상 과정에서 하마스는 특정 요구 사항을 내놓고 난 후, 이스라엘이 양보하면 다시 말을 바꾸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이 같은 하마스의 태도 탓에 미국 등 휴전 협상에 중재자로 나선 국가 사이에서 하마스가 협상에 진지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확산했다고 한다.
이스라엘 우파 연정 내 보수파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정체된 휴전 협상이 돌파구를 단시일 내 찾기는 어렵겠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 안팎의 분위기라는 진단이다. 휴전 협상에 중재국으로 참여한 한 중동국 관리는 “현재 모든 협상 참여자가 미국 대선까지 상황을 관망하는 상태”라며 “그 결과에 따라 다음 (미국) 행정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차기 정부 출범 이후로 협상 타결을 미룰 수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협상을 포기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며 이스라엘 정부와 하마스에 대해서도 “리더십과 함께 협상에 대한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