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전투가 과격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중동에 미군을 추가로 배치하기 위한 준비 태세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최근 사태와 관련해 다양한 우발 사태에 대응할 미군의 대비 태세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은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파트너 및 대리 세력이 이 상황을 악용하거나 분쟁을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란과 이란의 파트너 및 대리 세력이 이 상황을 이용해 역내의 미국인과 미국의 이익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미국은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스틴 장관은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강습단(CSG)을 중동·아프리카 등을 관리하는 미 중부사령부에 계속 주둔시키고, 와스프 상륙준비단(ARG) 및 해병원정대(MEU)에 동부 지중해에서 계속 작전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이러한 상륙 태세는 F-22, F-15E, F-16, A-10 등 미군의 고공 전투기 및 공격 편대로 보완되며, 우리는 향후 며칠간 방어를 위한 항공지원 능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이더 대변인은 “오스틴 장관이 국방부 수뇌부와 함께 중동 지역의 미국인과 군대를 보호하고 이스라엘을 방어하며 억지력과 외교력을 통해 상황을 완화하는 데 계속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중동에 단기간에 병력을 배치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당한 규모의 역량을 유지하고 있으며, 진화하는 안보 상황에 따라 군사태세를 역동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군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비롯해 고위급 지도부 및 지휘관을 제거한 이후 중동 전역으로 번진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이 같은 발표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백악관도 현재 중동 지역에 예전보다 더 많은 미군 병력이 배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확한 숫자나 이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이 지역에 추가 병력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커비 보좌관은 이어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으로) 수백 발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한 4월 당시보다 (우리는) 더 많은 군사력이 중동에 주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스라엘의 최근 표적 공습에 대해 “이스라엘은 자국민과 국토, 주권에 대한 위협을 제거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 이들(헤즈볼라)은 테러리스트 조직”이라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전면전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긴장을 완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커비 보좌관은 지도부 궤멸 이후 헤즈볼라의 상황에 대해 “지휘체계가 거의 무너졌다고 생각하며, 지금의 헤즈볼라가 불과 일주일 전과 다르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헤즈볼라의 군사력에 대해 “여전히 상당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관측했다.
이란의 직접 보복 가능성에 대해선 “(이란이) 얘기하는 것을 보면 무언가를 시도할 것임을 시사하지만, 정말 모르겠다”며 “헤즈볼라 혹은 이란, 이라크와 시리아의 친이란 민병대가 어떻게 반응할지 매우 자세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중동 위기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그는 이날 이날 도버 공군기지에서 ‘중동에서 전면전을 피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답했다. 그는 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