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멕시코 개헌 200년 만의 첫 여성 대통령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2)이 취임했다.
멕시코 일간지 엘우니베르살 등에 따르면 6년간 인구 1억3000만명의 멕시코를 이끌어갈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시티 연방 하원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선서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국회의원 앞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임 대통령으로부터 어깨띠를 넘겨받는 의식을 치렀다. 이는 대통령직 이양을 의미한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제 변화의 시대이자, 여성을 위한 시간”이라며 “국민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가난한 사람을 먼저 돌본다는 우리 인본주의 전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처음으로 우리 여성들이 아름다운 나라의 운명을 이끄는 곳에 도착했다”며 “나 혼자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싸워온 여성들, 여성이라는 이유로 글을 배우지 못한 조상들, 생명을 싹틔운 어머니들, 아름다운 딸들까지 우리 모두가 도착한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식 참석자들은 대통령을 뜻하는 스페인어에 여성형 어미 ‘아(a)’를 붙여 셰인바움 대통령을 ‘프레지덴타(presidenta)‘라고 호명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취임식에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브라질), 구스타보 페트로(콜롬비아), 가브리엘 보리치(칠레), 베르나르도 아레발로(과테말라), 미겔 디아스카넬(쿠바) 대통령 등 중남미 정상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 등이 참석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취임식 후 인근 소칼로 광장으로 이동했다. 원주민 여성단체로부터 꽃다발과 지휘봉을 넘겨받고,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 앞에서 100가지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급등한 식품 가격 상한제 도입, 여성과 어린이를 위한 현금 지원 프로그램 확대, 기업 투자 및 주택·철도 건설 지원, 기후위기 적극 대응 등을 약속했다.
멕시코 시민들은 셰인바움 행정부가 집권하면 여성 인권이 진전될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멕시코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여성 상대 폭력 비율을 대폭 낮추기 위한 정책을 시행할 방침이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장관급 내각 구성원 19명 중 로사 일라 로드리게스 내무장관 등 9명을 여성 장관으로 꾸렸다. 또 노마 피냐 멕시코 대법원장, 집권 국가재생운동(모레나)의 루이사 마리아 알칼데 대표, 빅토리아 로드리게스 세자 멕시코은행 총재, 클라라 브루가다 차기 멕시코시티 시장 등 여성 고위직 관료들과 협력해 나라를 운영할 계획이다.
셰인바움 행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당장 멕시코 마약 카르텔 시날로아에서 내분이 일어나면서 북부 지역에서 각종 살인 사건이 난무하고 있으며, 허리케인 ‘존’의 영향으로 태평양 해안가 지역이 초토화됐다. 이민자 문제와 관련해 내년에 정권이 바뀌는 미국과 손발을 맞춰야 한다. 예산이 적자인 상황에서 공공 프로젝트와 대규모 복지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재정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전임 오브라도르 정권이 추진한 사법개편으로 사법부 대 당정이 갈등을 벌이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도 주목된다.
환경공학 연구원 출신의 셰인바움 대통령은 오브라도르 행정부 시절 환경부 장관과 멕시코시티 시장 등을 지내는 등 ‘친 오브라도르’로 분류된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의 요직 성별 균등 할당 방침으로 인해 셰인바움 대통령이 그간 정치 경력을 탄탄히 쌓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재임 기간 최저임금을 기본생계비의 2.5배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하는 등 경제·노동·복지 등 분야에서 전임 행정부 기조를 이어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