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즈·밴스 TV 토론
‘중동 문제’ 첫 질문으로
해리스·트럼프 기조 부각
경제·이민·재생산권 등
모든 이슈서 첨예한 대립
11월 미국 대선의 부통령 후보인 민주당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화당 J D 밴스 상원의원이 1일 밤(현지시간) 뉴욕시 CBS방송센터에서 열린 TV토론에서 맞붙었다. 중서부 출신 ‘흙수저’에 군 복무 이력을 지닌 두 후보는 경제·이민·재생산권·외교 등 모든 쟁점에서 자당 대통령 후보를 대리해 상대 후보를 가차없이 깎아내리는 공격수 역할에 충실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한 지 몇 시간 만에 열린 토론의 첫 번째 질문은 중동 문제였다. 월즈 주지사와 밴스 의원은 각각 자당 후보의 ‘안정적 리더십’과 ‘힘을 통한 평화’ 기조를 부각했다. 월즈 주지사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 합의(JCPOA) 탈퇴를 “변덕스러운 리더십”이라고 비판하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동맹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연합을 구성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밴스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계에 안정을 가져왔고, 그는 사람들이 미국을 두려워하게 하려면 ‘힘을 통한 평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경제 문제에서 밴스 의원은 물가오름세(인플레이션)의 책임을 해리스 부통령에게 돌리면서 “그는 3년 반 동안 부통령이었고, 훌륭한 정책을 실행할 기회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월즈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 정책과 20% 관세 부과 공약을 비판했고, “트럼프는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중국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이민 문제에서도 밴스 의원은 “해리스가 트럼프의 국경정책을 무효화하면서 역사적인 이민 위기를 초래했다”고 맹공했다. 월즈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등이 ‘오하이오 스프링필드의 아이티계 이민자들이 반려견 등을 잡아먹는다’고 허위 주장한 것을 가리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보다 문제를 이야깃거리 삼으면 우리는 다른 인간들을 비인간화, 악마화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임신중지권과 관련해 월즈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기에 보수화된 연방대법원이 2022년 폐기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의 복권을 약속한 반면, 밴스 의원은 “미국은 넓고 다양한 나라”라며 주별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의 입장 차는 2020년 대선 결과와 2021년 1월6일 의회의사당 난입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가장 첨예하게 드러났다. “트럼프가 2020년 선거에서 패배했나”라는 월즈 주지사의 질문에 밴스 의원은 “나는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월즈 주지사는 1·6 사태에 대해 “미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나 누군가가 공정한 선거와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뒤집으려 한 것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인신공격과 감정싸움이 난무했던 지난달 대선 후보 토론 때와 달리 부통령 후보들은 “미 중서부 특유의 친절과 예의”를 갖추고 대체로 정책 토론에 치중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들은 평가했다. 월즈 주지사가 자신의 17세 아들이 직접 총격 사건을 목격했다고 하자 밴스 의원이 “끔찍한 일”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자녀 없는 캣레이디(고양이 기르는 여성)’ 등 과격 발언으로 공화당 지지자들에게도 눈총을 받은 밴스 의원은 이번에는 큰 설화 없이 절제된 모습을 보였다.
부통령 후보 토론은 통상 유권자 표심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전례 없는 초박빙 대결로 치러지고 있는 이번 대선에서 토론 이후 경합주 등 핵심 승부처에서 여론에 미세한 변화가 나타날 경우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