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쿠바 제재, 이번엔 끝내야”···차기 미국 대통령의 선택은?

윤기은 기자
지난 19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에서 정전에 항의하는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주민들이 진입이 차단된 길에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9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에서 정전에 항의하는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주민들이 진입이 차단된 길에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엔 총회가 미국의 대쿠바 제재를 끝내야 한다는 결의안을 다시 통과시켰다. 64년간 미국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으면서 심각한 경제난에 처한 쿠바의 운명은 미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분수령에 섰다.

유엔은 30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이날 총회에서 찬성 187표 대 반대 2표, 기권 1표로 ‘미국이 쿠바에 부과한 경제, 상업, 금융 제재를 끝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미국과 이스라엘이다. 친미 성향의 동유럽국 몰도바는 기권했다.

유엔은 “그동안 유엔총회는 유엔 헌장에 따라 (다른 나라에) 제한적 조치를 취하는 법을 공포하거나 적용하는 것을 삼가 달라고 전 세계에 재차 촉구했다”며 “이번 결의로 국가의 주권 평등, 내정 불간섭, 국제 무역과 항해의 자유 등의 원칙을 (전 세계가)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쿠바 제재를 완화하도록 촉구하는 결의가 유엔에서 채택된 건 1992년 이후 올해가 32번째다. 총회 결의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 사회의 여론을 반영한다.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은 이날 유엔 총회에서 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지기 전 찬성표를 던져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최근 자국에서 일어난 정전 사태가 쿠바의 연료 수입을 차단한 미국 정부의 압박 때문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미국은 쿠바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피델 카스트로 정부가 미국계 기업과 국민 자산을 국유화하자 1960년부터 현재까지 쿠바에 대한 고강도 경제봉쇄를 하고 있다. 쿠바는 무역, 금융 거래 등 활동에 제약이 생겨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고립된 상태다.

자금줄이 말라가는 동안 쿠바 시민들은 기근,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화력발전소에 쓰이는 석유가 부족해 일주일간 정전이 이어졌으며, 허리케인 ‘오스카’가 동부를 덮쳐 인명·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미국과 쿠바의 관계는 다음 달 5일 치러지는 대선 결과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재임 당시 라울 카스트로 당시 쿠바 대통령과 만나며 ‘해빙모드’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듬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은 쿠바와의 외교 관계를 다시 끊어냈다.

친미 성향이자 우파인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자국 유엔대사가 쿠바 제재 종결 촉구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자 디아나 몬디노 외무장관을 해임했다. 밀레이 대통령실은 헤라르도 베르테인 주미대사가 외교장관 대행을 맡을 것이라면서 “쿠바 독재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이날 밝혔다.

AP통신은 몬디노 장관이 그간 밀레이 대통령의 성향과는 다르게 브라질, 중국 등 국가와도 원활한 외교 관계를 맺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밀레이 행정부는 올해 초 쿠바 항공사 쿠바나에 연료 공급을 끊는 등 대쿠바 제재 강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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