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는 종의 보존에 배치” 자민당 잇딴 망언에 일본 사회 부글부글

이효상 기자

“LGBT(성소수자)는 종의 보존에 배치된다.” “도덕적으로 LGBT는 인정할 수 없다.”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 의원들이 ‘LGBT 이해증진법안’ 심사 과정에서 쏟아낸 발언들을 두고 일본 사회에서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의 시민사회 단체가 자민당 의원들의 성소수자 차별 발언에 항의하며 한 청원사이트에 올린 서명운동에 8만7000여명의 시민이 동참했다.

일본의 시민사회 단체가 자민당 의원들의 성소수자 차별 발언에 항의하며 한 청원사이트에 올린 서명운동에 8만7000여명의 시민이 동참했다.

25일 기준으로 자민당 의원들에게 발언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는 약 8만7000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성소수자 권리 옹호 단체인 페어의 마츠오카 무네츠구 대표이사 등이 지난 20일 청원 사이트에서 서명운동을 시작한지 닷새만이다. 이들은 서명운동 게시문에서 “국회에서 논의되는 ‘LGBT 법안’에는 법의 목적이나 이념에 ‘차별은 용서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며 “이들의 발언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LGBT를 차별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 의회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막는 ‘LGBT 이해증진법’ 제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중이다. 지난 14일 여야 실무진이 법안의 목적과 기본이념에 ‘성적지향 및 성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은 허용될 수 없다’는 문구를 추가하는데 합의했지만, 수정안은 여당인 자민당 내 반발에 부딪혔다. 일부 보수파 의원들이 법 제정 취지에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자민당은 지난 20일 당내에서 법안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야나 카즈오 자민당 중의원은 법안에 반대하며 “인간은 생물학상 종의 보존을 해야하는데, LGBT는 거기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도덕적으로 LGBT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에는 야마타니 에리코 참의원이 당내 회의에서 “몸은 남자인데 나는 여자니까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다든가, 미국에서는 여자 육상 경기에 (트랜스젠더가 참가해) 메달을 딴다든가, 바보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회의는 결국 보수파의 거듭된 반발로 파행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법안이 목표로 하는 ‘이해증진’과는 거리가 먼 발언이 있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민당은 24일에도 비공개 당내 회의를 열어 3시간 이상 법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도 반대파는 “차별이라고 호소하는 소송이 증가한다”, “기업 등 관계자의 사전 준비가 부족하다”며 신중론을 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찬성파가 “LGBT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 곤란해하고 있는 사람, 희망을 잃고 있는 사람이 현실에 있다”고 맞서면서 일단 법 제정을 추진키로 합의하고 향후 의회에서 더 심의키로 했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은 보수파 의원들 사이에 “인정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있어 이번 의회에서 처리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자민당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으로 여러차례 구설에 오른바 있다. 자민당 스기타 미오 중의원은 2018년 한 월간지에 ‘LGBT는 생산성이 없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하고, 자민당 소속으로 도쿄 아다치구의원에 선출된 시라이시 마사테루 의원은 2019년 “(성소수자를 법률로 지키면) 아다치구가 망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자민당 내 보수파들이 올 가을로 예상되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 표심을 잡기 위해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민당의 한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자민당 의원 전체가 차별적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자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 간부도 “극히 일부 지지층에는 공감을 얻어도, 그 이외의 유권자에게 어떻게 비칠지 모르고 있다”고 했다.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아즈미 준 국회대책위원장은 24일 취재진에게 “자민당의 본심은 반대이기 때문에 법안을 없애려고 하고 있다”며 “선거의 대쟁점으로 삼아 차별만 부각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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