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인도양 외딴 섬에 해군기지 건설…중국 견제용"

김윤나영 기자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 남서부의 섬나라 모리셔스의 모습. 알자지라 화면 갈무리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 남서부의 섬나라 모리셔스의 모습. 알자지라 화면 갈무리

인도가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 남서부의 섬나라 모리셔스에 비밀 해군기지를 짓고 있다고 알자지라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이 2017년 아프리카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건설했는데, 인도도 맞대응했다는 것이다. 모리셔스 현지 주민들은 살던 지역에서 쫓겨날까 걱정하고 있다.

인도 당국은 2018년부터 모리셔스 본섬에서 1100㎞ 떨어진 아갈레가섬에서 2억5000만달러(2860억원)를 들여 길이 3㎞의 활주로를 건설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공항 활주로 길이와 맞먹는다. 알자지라는 위성 이미지 등을 분석한 결과 이 활주로가 인도 해군의 해상 순찰 임무용이라고 전했다. 모리셔스와 인도 당국은 군사 목적용 건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뉴델리에 있는 싱크탱크 옵저버연구재단의 아비셰크 미슈라 연구원은 “인도가 인도양 남서쪽과 모잠비크 해협에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공군과 해군을 배치할 정보 시설을 짓고 있다”면서 “인도의 P-8I 해상초계기가 활주로를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P-8I은 미국 보잉사가 만든 해상초계기로 정찰, 대수상, 대잠전 등에 쓰인다.

중국은 2017년 아프리카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건설했다. 아갈레가섬에 군사시설이 있으면 인도는 모잠비크 해협 근처의 선박을 추적할 수 있게 된다. 인도 정부의 주요 목표는 중국의 인도양 진출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알자지라는 분석했다. 반면 프라빈드 주그노트 모리셔스 총리는 지난 5월 의회에서 “아갈레가섬에 군사기지를 건설한다고 인도와 합의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인도와 중국은 오랜 앙숙 관계다. 4060㎞에 달하는 국경 중 3400㎞ 구간을 확정하지 못해 실질통제선(LAC)이라는 임의 구간을 두고 분쟁 중이다. 지난해 6월엔 히말라야 인근 실질통제선에서 양국의 유혈 충돌이 일어났다. 인도는 2019년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자 안보협의체 쿼드에 참여했다. 쿼드 4개국은 지난 4월에는 벵골만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인도는 동아프리카의 지정학적 요충지에 있는 모리셔스와 특수관계이기도 하다. 영국은 1814년 모리셔스를 식민지로 개척하면서 인도 노동자를 대거 이주시켰다. 모리셔스는 1968년 영국에서 독립했는데, 모리셔스인의 다수가 인도계이다.

아갈레가섬에 사는 주민 300여명은 인도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로 살던 지역에서 쫓겨날까 걱정하고 있다. 섬 주민인 알릭 칼라핀은 “내 고향이 다른 사람들에게 착취당하는 것을 보는 것은 너무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섬 주민들은 모리셔스 정부가 1966년 미국에 임대한 디에고가르시아섬의 전례를 따를 수 있다고 걱정한다. 정부는 1971년 미군기지를 짓기 위해 디에고가르시아섬 원주민 2000여명을 강제 이주시켰다. 미군은 이 섬에 3.7㎞ 활주로를 짓고 잠수함, 장거리 폭격기 등을 운용하고 있다. 이 섬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때도 활용됐다. 미국은 2001년 디에고가르시아 해군기지에서 B-1 초음속 전략폭격기, B-2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아프간으로 출동시켰다.

모리셔스 위치. 구글 지도 화면 갈무리

모리셔스 위치. 구글 지도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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