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거리에선 여성·시위대를 죽였다읽음

김윤나영·윤기은 기자

“여성 인권 존중…반대파 공개처형 않고 총사면” 기자회견하며

카불서 “여성 권리 보장” 시위 알자지라의 아프가니스탄 통신원 하미드 모하마드 샤가 지난 17일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에서 아프간 여성 4명이 무기를 든 탈레반 대원들 앞에서 팻말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그 어떤 힘도 여성을 억압할 수 없다”며 “우리는 교육받을 권리, 일할 권리,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원한다”고 외쳤다. 샤는 “탈레반의 카불 장악 후 열린 첫 여성 시위”라고 썼다. 트위터 캡처

카불서 “여성 권리 보장” 시위 알자지라의 아프가니스탄 통신원 하미드 모하마드 샤가 지난 17일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에서 아프간 여성 4명이 무기를 든 탈레반 대원들 앞에서 팻말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그 어떤 힘도 여성을 억압할 수 없다”며 “우리는 교육받을 권리, 일할 권리,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원한다”고 외쳤다. 샤는 “탈레반의 카불 장악 후 열린 첫 여성 시위”라고 썼다. 트위터 캡처

아프간 장악 후 외신 등과 첫 회견
여성 질문 받고 1인 시위 허용도

지역선 부르카 미착용 여성에 발포
친정부 시위대에 총격…2명 사망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을 억압했던 20년 전의 통치 방식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혔다. 반대파도 공개처형하지 않고 총사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기자회견 당일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이 탈레반의 총에 맞아 숨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탈레반이 아프간 국기를 앞세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포용적인 정책을 펼치겠다는 탈레반의 약속이 빈말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탈레반 “이슬람법 안에서 허용”

AP통신에 따르면 17일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면령이 선포된 만큼 이전 정부나 외국 군대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복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탈레반 대변인이 공식 석상에서 얼굴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또 무자히드 대변인은 “이슬람 율법의 틀 안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라면서 여성의 취업과 교육도 허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내 민간 언론들의 독립적 활동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슬람의 가치를 지키는 것에 한해 가능하다고 조건을 달아 언론 통제의 여지를 남겼다.

탈레반은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듯 처음으로 아프간 여성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 아프간 방송 바노TV의 여성 기자인 자하라 나비가 수도 카불의 검문소에서 탈레반 대원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사진까지 찍었다고 보도했다.

여성의 첫 1인 시위도 있었다. 히잡을 쓴 두 여성이 이날 카불의 탈레반 대원들 앞에서 “여성에게 일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서 있었다고 NYT가 전했다. 탈레반 대원들은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부르카 없이 외출한 여성 총 맞아

외신들은 그러나 “탈레반이 여성이 일하거나 얼굴을 내놓고 밖에 돌아다니는 것을 얼마나 오래 참을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당장 폭스뉴스는 18일 타크하르주의 주도 탈로칸에서는 전날 한 여성이 부르카 없이 외출했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며 피투성이가 된 여성과 주변 사람들의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공개했다.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주의 주도인 잘랄라바드에서는 18일 아프간 국기를 앞세운 시위대를 향해 탈레반이 총을 쏴 2명이 숨졌다고 현지 파지호크 아프간 뉴스가 보도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도 이 발포로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당시 시위대는 대형 국기 등을 들고 원상회복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최근 아프간 장악 후 기존 정부의 국기를 자신들을 상징하는 깃발로 교체하고 있었다. 파지호크가 공유한 영상을 살펴보면 거리에서 총소리가 들렸고 사람들은 혼비백산해 달아났다.

아프간 중부 바미안주에서는 하자라족 지도자 압둘 알리 마자리의 석상이 탈레반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다. 마자리는 1990년대 중반 탈레반에 맞서 싸우다 목숨을 잃은 인물이다. 이후 그를 기리는 동상이 고향에 세워졌지만, 탈레반이 이를 부순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탈레반 대원들이 시민에게 몽둥이를 휘두르는 동영상 등도 퍼졌다.

탈레반에 의해 무기한 정직 처분이 내려진 아프간 국영 TV의 여성 앵커 카디자 아민은 “지난 20년간 이룬 모든 게 사라질 것이다. 탈레반은 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아프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24일 특별총회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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