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주민들의 일대일로 반대 시위와 이어지는 중국인 겨냥 테러읽음

윤기은 기자
파키스탄 항구도시 과다르 위치(빨간색 핀 부분). 구글 지도 캡쳐

파키스탄 항구도시 과다르 위치(빨간색 핀 부분). 구글 지도 캡쳐

파키스탄 항구도시 과다르에서 물부족과 정전 현상이 이어지자 화난 시민들이 중국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과다르 주민들은 중국이 현지 자원을 빼앗기만 하고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인을 겨냥한 테러도 수차례 벌어지는 등 파키스탄 내 반중 감정이 심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인도 방송 위온(WION)은 21일(현지시간) 발루치스탄주 과다르에서 물과 전기 부족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주로 과다르 현지 어부, 노동자, 주민 등으로 구성된 시위대는 과다르 자원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중국 어선이 인근 해안가에서 불법 조업을 하는 행위를 막아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과다르는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인 중국·파키스탄경제회랑(CPEC)의 요충지다. 양국은 2013년부터 중국 서부 신장 카슈가르에서 과다르항까지 약 2800km에 이르는 구간에 도로, 철도, 송유관 및 광통신망 등을 건설하는 CPEC를 시작했다. 중국 입장에서 이 사업은 해상 석유 수송로인 남중국해가 미국에 봉쇄당할 때에 대비해 중국 내륙에서 파키스탄을 거쳐 아라비아해로 바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에너지 수송로를 구축하기 위해 중요하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파키스탄 정부는 과다르항을 중국이 지정한 다국적 기업 ‘중국해외항만지주회사’(COPHC)에 2015년 말부터 2059년까지 임대해줬다. 가디언 등 외신들은 중국이 CPEC를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과다르 주민들은 CPEC가 추진되며 생긴 경제적 이익은 모두 중국이 가져가고, 자신들은 이 사업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한달 넘도록 저항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파키스탄은 일대일로 사업 과정에서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차관을 끌어 왔다가 최근 국가 부도 위기를 맞은 상태다. 또 시위대는 항구 임대 이후 중국의 불법 조업이 늘어나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아크바르 아스카니 발루치스탄주 수산부 장관도 중앙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신경쓰며 중국 어선이 과다르 근처 해역에서 활동 하는 것을 사실상 허용했다고 비판했다.

최근 정전과 가뭄으로 인한 물부족 현상까지 일어나며 과다르 주민들의 중국에 대한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과다르는 그동안 전기를 이란에서 끌어왔지만, 이란도 경제난으로 인해 자국 내 전기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가디언은 “두 현상은 중국과 직접적 관계가 없지만 현지 주민들은 과다르를 항만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중국 정부의 사업이 지지부진하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다르항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91%는 COPHC로 넘어가고, 나머지 9%만을 파키스탄 항만 당국으로 분배하도록 계약돼 있는 점도 과다르 지역의 빈곤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다.

반중 감정이 고조되며 최근 파키스탄에서는 중국인을 겨냥한 테러도 올해 들어 세 차례 발생했다. 지난 20일 과다르 동만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중국인을 태운 차량 행렬이 자살폭탄 테러범의 공격을 받았다. 이 사고로 파키스탄 현지 어린이 2명이 숨지고 중국인 엔지니어 1명이 다쳤다. 파키스탄에서 분리주의 독립 운동을 벌이는 발루치스탄해방군(BLA)은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BLA는 중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발로치스탄주의 자원을 부당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14일에도 파키스탄 북부 카이버·파크툰크와주 어퍼 코히스탄 지역에서 중국인 기술자 등 노동자 수십 명과 치안 병력, 주민 등을 태운 버스가 이동 중 폭발해 중국인 9명 포함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4월에는 눙룽(農融) 주파키스탄 중국 대사가 머물던 발루치스탄주 퀘타의 한 호텔에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눙 대사는 사건 발생 당시 호텔 외부에 있어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

미르 셰르 바즈 케트란 이슬라마바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다르 주민들의 시위는 파키스탄 내 중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며 “CPEC 낙수 효과가 일어나지 않으면 중국이 발루치스탄주 자원을 부당 이용한다는 반군(발루치스탄해방군)의 목소리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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