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투입한 ‘코백신’
WHO 긴급 사용 승인받아
민간기업에 독점권 내주자
언론 “이해할 수 없는 행보”
세계보건기구(WHO)가 인도 제약사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코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코백신(사진)에 대한 독점권을 행사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특허 면제를 주장해온 인도 정부가 딜레마에 처했다.
WHO는 3일(현지시간) “보호 효과가 WHO 기준을 충족하고 백신의 이익이 위험을 능가한다”고 코백신 승인 이유를 밝혔다. 코백신은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코비실드(아스트라제네카 복제 백신), 얀센, 시노팜, 시노백 백신에 이어 WHO의 긴급 승인을 받은 8번째 코로나19 백신이 됐다.
3상 임상시험에서 77.8%의 보호 효과가 있었고 델타 변이에 대해서도 65.2%의 보호 효과를 보였다.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도록 설계됐다. WHO는 “코백신은 보관하기 쉬워 중·저소득 국가에 매우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승인으로 국제사회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지재권) 면제를 주장해 온 인도 정부는 난처해졌다. 세계 백신 허브로 꼽히는 인도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지난해 10월 세계무역기구(WTO)에 개발도상국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화이자, 모더나 등 백신 개발사들의 배타적 특허권 행사를 최소 3년간 면제하자고 주장해 100여개국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인도는 정부기관과 공동 개발한 국산 백신에 대한 독점권을 민간기업에 내주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고 인도 매체 더 와이어가 지적했다.
코백신은 인도 정부가 공적 자금을 들여 개발한 백신이다.
인도 영자매체 스크롤은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발표한 코백신 개발 관련 논문 6개 모두 인도의학연구위원회 연구진이 공저자로 등재돼 있고, 이 중 4개는 보건가족복지부의 펀딩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코백신 가격도 논란거리다. 바라트 바이오테크는 지난 4월 코백신 1회분당 가격을 인도 제약사 세룸인스티튜트가 만드는 코비실드보다 3~6배 비싼 600~1200루피(9500~1만9000원)로 책정했다. 인도에서 코비실드를 만들려면 다국적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에 로열티를 내야 하지만 그렇지도 않은 코백신 가격이 더 비싼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코백신이 코비실드보다 효과가 뛰어난 것도 아니다. 인도 연구진은 지난 6월 2회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 코로나19 항체 반응을 보일 확률이 코백신은 80%, 코비실드는 98%였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인도 정부는 7월 코백신 납품 가격을 코비실드와 비슷한 수준인 215루피(3400원)로 조정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정책팀장은 “인도가 WTO 차원에서 지재권을 면제하자는 주장에 신뢰를 얻으려면 자국 백신의 지재권을 면제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