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냐, 중국이냐"…솔로몬제도 반정부 시위 격화

박하얀 기자
솔로몬제도에서 중앙정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3일째 이어진 26일(현지시간) 건물 수 채가 불에 탔다. 호니아라 | AFP연합뉴스

솔로몬제도에서 중앙정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3일째 이어진 26일(현지시간) 건물 수 채가 불에 탔다. 호니아라 | AFP연합뉴스

인구 70만명의 솔로몬제도에서 ‘친중-친대만 갈등’이 시위로 번졌다. 대만과의 수교를 끊고 친중 행보를 보이는 중앙정부에 반발한 지역의 시민들이 총리 사임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총리는 중국과의 밀착 관계를 견제하는 외국 세력의 간섭이라고 일축하며 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시작된 시위가 수일째 이어지면서 26일 솔로몬제도 수도 호니아라에 있는 차이나타운의 한 마트에서 3명이 숨지는 등 처음으로 사망자가 보고됐다고 호주 ABC방송,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28일 보도했다.

시신을 발견한 건물 경비원은 “3명이 같은 공간에 있었고 바닥에는 현금통과 돈이 떨어져 있었다”며 “시신이 매우 심하게 불에 타 중국인인지 현지인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망자 신원과 사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100명 이상이 폭동 관련 활동으로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시위대는 국회 건물을 습격하고 차이나타운의 경찰서, 고등학교 등 건물 여러 채를 불태웠으며 상점을 약탈하기도 했다. 총리의 사택을 뒤지려는 시도도 있었다. 경찰은 시위대에 최루탄을 쏘고 경고 사격을 했다.

시위를 주도한 세력은 솔로몬제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말라이타섬 주민들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악화한 경제난과 실업난에 더해 친중 행보를 보여온 중앙정부와의 누적된 갈등이 시위의 배경이다. 머내시 소가바레 총리는 2019년 9월 대만과 외교 관계를 끊고 중국과 공식 수교를 맺었다. 남태평양 국가들은 대만의 경제 원조를 받으며 최근까지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유지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의 지원이 크게 늘면서 중국과 밀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만·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말라이타를 비롯한 지방정부는 이에 반발하며 대만과의 관계를 이어왔다. 말라이타섬 주민들은 부패한 중앙정부가 중국 등 외국에 의존하며 자신들을 등한시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지난해 말라이타섬에 2500만달러(299억) 지원을 약속했다. 시위대는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재고하고 말라이타섬 주민의 자결권을 존중하며 지역의 개발 사업을 재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지에 있는 언론인 지나 케케아는 “시민과의 협의가 거의 없이 친중국 외교로 전환한 것이 시위를 촉발한 복합적인 원인 중 하나이며, 외국 기업이 현지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소가바레 총리는 외국 세력이 소요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그는 “말레이타 주민들이 (자국의) 외교 전환에 대해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어 유감”이라며 “시위대의 퇴진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소가바레 총리는 24일 약 1000명이 호니아라에서 자신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봉쇄를 선언했으며, 26일 공무원에게 자택 대기를 지시하고 시민들에게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이웃 국가인 호주, 파푸아뉴기니 등에는 군병력 파견을 요청했다. 호주는 군경 100여명을 파푸아뉴기니는 경찰(35명) 등을 각각 파견했다.

중국 정부는 26일 “폭력 사태를 규탄한다”며 “중국 시민과 기관의 안전과 정당한 권익을 수호한다”고 밝혔다. 중국 대사관은 호니아라 주재 자국민들에게 사업 운영을 중단하고 경비원을 고용할 것을 촉구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외교 관계 수립 이후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됐다”며 “중국과 솔로몬제도 관계의 정상적인 발전을 훼손하려는 어떤 시도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방화와 약탈을 동반한 시위가 수일째 이어지면서 혼란은 심화하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1500명 이상의 아시아 이민자들이 이번 사태로 실향민이 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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