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당선···‘독재자 가문의 귀환’

노정연 기자
필리핀 차기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왼쪽) 후보와 부통령 사라 두테르테 후보가  7일(현지시간)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파라나케시에서 열린 정치유세 마지막 날 지지자들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필리핀 차기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왼쪽) 후보와 부통령 사라 두테르테 후보가 7일(현지시간)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파라나케시에서 열린 정치유세 마지막 날 지지자들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필리핀 최악의 독재자’의 아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이 차기 대통령에 사실상 당선됐다.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에 출마한 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사라 두테르테(44) 후보도 당선을 확정하며 ‘독재자 2세들’이 정권을 잡게 됐다.

미국 ABC뉴스 등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대통령에 마르코스 후보가, 부통령엔 사라 두테르테 카르피오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오전 5시(한국시각 오전 6시) 기준 개표가 95% 가까이 진행된 상황에서 마르코스는 3015만217표를 획득해 대선 후보로 나온 2위인 레니 로브레도 현 부통령(1437만640표)을 두 배 이상 압도적 표차로 따돌렸다.

필리핀의 경우 공식 발표가 다소 지연되기도 하는데, 2016년 대선 때는 3주가 걸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필리핀의 1987년 ‘대통령 단임제’ 개헌을 촉발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외아들로 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아버지 마르코스는 1965년부터 1986년까지 장장 20년을 집권하며 수천명의 반대파를 체포해 고문하고 살해해 독재자로서 악명을 떨쳤다. 결국 1986년 일어난 민주화 운동 ‘피플 파워’ 혁명으로 하야했다.

이후 아들 마르코스는 가문의 정치적 고향인 북부 일로코스노르테주에서 주지사와 상원의원에 선출됐다.

지난 2016년에는 부통령 선거에 나왔다가 이번 대선에서 맞붙은 로브레도(57) 현 부통령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한 바 았다.

부통령의 자리 역시 ‘남중국해 스트롱맨’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의 장녀 사라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이 넘겨받을 것으로 보인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6년 단임제 헌법 개정을 수차례 시도하는 등 민주주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려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라 두테르테는 아버지 두테르테의 정치적 근거지인 다바오시 부시장으로 2007년 정치수업을 시작했다. 소수의 권력자 집안이 쥐락펴락해온 필리핀 특유의 ‘가문 정치’가 위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필리핀 정계는 마르코스의 대선 승리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사라와의 러닝메이트 구성을 꼽고 있다.

마스코스는 사라와 ‘원팀’을 이루면서 집권당인 PDP라반의 리더이자 현직 대통령인 두테르테의 정치적 영향력과 기반을 토대로 지지층을 넓히는데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르코스의 대통령 당선은 필리핀의 독재자 가문이 시민들에 의해 쫓겨난 뒤 36년만에 다시 정권을 잡게 된 셈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군사전략적 요충지인 필리핀의 차기 지도자가 양국 사이에서 어떤 외교 행보를 취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출범 직후부터 인권 외교를 중시하는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대미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됐다. 대신 상대적으로 중국과 밀착 행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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