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세 손가락 시위’ 후 첫 총선…투표율 85% ‘역대 최고’

김서영 기자

‘군부 vs 반군부’ 구도…시민 민주화 열망 확인

태국 총선이 치러진 14일 남부 나라티왓의 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태국 총선이 치러진 14일 남부 나라티왓의 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군부통치 10년을 심판하는 태국 총선이 14일 치러졌다. 역대 최고 투표율이 민주화를 향한 태국 시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증명했다. 이번 선거는 2014년 태국의 군부 쿠데타 이후 두 번째이자 2020년 민주화와 군부통치 종료, 개헌을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세 손가락’ 시위 이후 처음 열린 총선이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선거관리위원회(EC)는 이날 치러진 총선의 최종 투표율이 8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1946년 이래 가장 높은 투표율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 7일 실시된 사전투표율은 90% 이상,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5일까지 진행된 재외국민 투표율은 80% 이상을 기록했다. 2019년 총선 최종 투표율은 74.69%였다.

이번 총선 유권자는 약 5200만명이다. 유권자들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두 장을 받아 각각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표를 던졌다. 총 70개 정당에서 지역구 후보 4700명 이상, 67개 정당에서 비례대표 후보 1880명이 출마했다. 이날 총선 결과에 따라 하원 500석(지역구 400석·비례대표 100석)이 정해지며, 총리 선출과 정부 구성 셈법이 달라진다.

미국 위스콘신대의 태국 전문가 타이렐 하버콘은 “젊은층의 투표율 증가와 군부통치의 폐해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이 이번 선거 결과를 결정할 핵심 요인”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태국 유권자들은 민주화와 더불어 경제적 문제 등을 주요하게 고려했다. 한 청년(23)은 크게 발걸음을 내딛는 동작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선택을 설명했다. 그는 “외국 자금이 태국 경제로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선거 직전까지의 여론조사에서는 반군부 진영이 군부를 앞서 나갔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37)이 이끄는 제1야당 프아타이당과 이보다 좀 더 진보적 색채를 띠는 전진당(MFP·까우끌라이당)이 1·2위를 다퉜다. 이들은 군 개혁을 포함한 정치 개편을 예고했다. 반면 2014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쁘라윳 짠오차 총리(69)가 속한 루엄타이쌍찻당(RTSC)과 역시 쿠데타에 가담한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77)가 속한 팔랑쁘라차랏당(PPRP)은 부진한 지지율 이었다.

반군부 진영이 승리하더라도 총선은 끝이 아니라 더 험한 정치적 타협과 논쟁의 시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군부가 법을 개정하면서,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상원 250석과 하원 500석을 합한 총 750석 중 과반(최소 376석)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현재 상원은 군부가 지명한 이들로 채워져 있다.

한 당이 하원에서 단독으로 376석을 확보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상원 회유 및 군부 정당과의 연정이 필요해질 수 있다. 총선 후 군부와 연정을 이룰 가능성에 대해 전진당은 강경한 반대 노선을 취하는 반면, 프아타이당은 좀 더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군부가 선거 결과에 소송을 제기해 새 정부 출범을 지연시키거나 정당 해산 등으로 응수할 수도 있다. 2020년 헌법재판소가 2019년 총선에서 선전한 진보 정당 퓨처포워드당(FFP)을 해산한 전례가 있다. 퓨처포워드당은 전진당의 전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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