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반정부 시위 사망자 100명 육박…무기한 통금령·인터넷 차단

김서영 기자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4일(현지시간) 한 의류 가게가 불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4일(현지시간) 한 의류 가게가 불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방글라데시에서 재개된 반정부 시위에서 사망자 수가 급증해 지난 4일 하루에만 100명에 육박했다. 정부의 공직 할당제에 반대하며 시작됐던 이번 시위는 학생뿐만 아니라 노동자, 청년 등이 동참해 셰이크 하시나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5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재개되며 전날 약 100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당했다. 방글라데시 매체 ‘프로톰알로’는 경찰관 14명을 포함해 95명 이상이 숨졌다고 보도했으며 채널24는 사망자가 85명 이상이라고 집계했다. 정부가 정확한 현황을 발표하지 않아 각 매체의 집계치에 차이가 있으나, 이미 지난달 시위의 하루 최대 사망자 규모(7월19일 약 67명)를 넘어섰다.

사망자 규모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시위가 시작된 이래 숨진 사람은 최소 300명에 달하고 있다.

앞서 방글라데시 학생 단체는 지난달 정부가 추진하는 ‘독립유공자 후손 공직 할당제’에 반발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후 정부가 할당 규모를 축소하는 대법원 중재안을 받아들이며 시위가 잦아들었으나, 학생 단체는 정부에 시위 지도부 석방, 강경 진압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달 말 다시 시위를 시작했다.

2차 시위 초기엔 규모가 이전만큼 크지 않았으나 점차 불이 붙으며 충돌 강도가 거세졌다. 지난 4일 다카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시위대는 고속도로를 봉쇄했다. 시위대가 하시나 총리 사임을 요구하며 교도소 차량을 부수는 모습, 경찰서를 공격하고 여당 사무실에 불을 지르는 모습 등이 영상에 담겼다.

시위대는 또한 납세 거부와 동맹 파업 등 저항에도 나섰다. 특히 방글라데시 핵심 산업인 의류 부문에서 제조업체 47곳이 시위대와 연대하기로 밝혔다. 곳곳에서 의류 공장이 불탔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방글라데시 보그라에서 4일(현지시간) 경찰이 학생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쓰고 있다. AFP연합뉴스

방글라데시 보그라에서 4일(현지시간) 경찰이 학생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쓰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시위에는 학생뿐 아니라 예술가, 노동자 등 여러 계층이 참여했으며 특히 전직 군 장성들이 시위를 지지하고 나섰다. 육군 참모총장 출신 카림 부이얀은 살인, 고문, 실종 및 대량 체포를 지적하며 “우리는 현 정부에 거리에서 즉시 군대를 철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며 진압에 나섰다. 일부 목격자들은 “자잘한 폭탄이 터졌고 총소리가 들렸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경찰은 실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여러 수단을 총동원해 시위 통제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4일 오후 6시부터 무기한 전국 통금령을 선포했다. 전국 단위 통금령은 지난달 시위가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또한 5일부터 3일간을 공휴일로 긴급 발표했으며 법원은 무기한 폐쇄됐다. 로이터가 확인한 정부 지침을 보면, 정부는 각 통신사에 4G 통신을 중단시키라고 지시했다. 페이스북과 왓츠앱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접속이 불가능해졌다고 AP는 전했다.

하시나 총리는 “폭력을 행사하는 자들은 학생이 아니라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테러리스트들이다. 국민들이 이들을 진압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지난 한 달 동안 방글라데시에선 시위와 관련해 약 1만1000명이 체포됐다. 강경 진압을 둘러싼 국제 사회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 최고 대표는 성명을 내 “방글라데시의 충격적인 폭력 사태가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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