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신의 아들’ 필리핀 교주, 미성년자 성착취·인신매매 혐의 체포

김서영 기자

‘구원’ 명목…15년 이상 가해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친분

자칭 ‘신의 아들’ 필리핀 교주, 미성년자 성착취·인신매매 혐의 체포

‘신의 아들’을 자칭하며 미성년자를 성착취하고 인신매매한 혐의를 받는 필리핀 교주가 체포됐다.

9일 A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은 전날 밤 ‘예수그리스도 왕국’(KOJC) 교주 아폴로 퀴볼로이(사진)와 공범 4인을 다바오에 있는 이들의 본부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급습 경고 끝에 자수한 이들은 공군기를 통해 마닐라로 이송돼 수감됐다.

퀴볼로이는 아동 성착취, 인신매매, 밀수, 자금 세탁, 강제 성매매, 비자 사기 등으로 필리핀 당국과 미 연방수사국(FBI)에 수배된 인물이다. 워싱턴포스트(WP)가 인용한 미 법원·FBI 기록에 따르면 퀴볼로이는 74세 또는 77세로 추정되며, 1985년 다바오에서 예수그리스도 왕국을 창시했다. 그는 자신을 “우주의 주인”이자 “신의 아들”로 부르며, 신도에게 성적 행위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검찰 조사에 따르면 퀴볼로이는 2002~2018년 자신의 밑에서 일할 12세 정도의 어린 여성을 모집했다. 피해자들은 15년 이상 퀴볼로이에게 “야간 근무”로 표현된 성행위 등을 비롯해 성착취를 당했다. 피해자들은 “퀴볼로이에게 복종하는 것이 신의 뜻” “야간 근무는 구원의 수단”이라는 등 강요를 당했다고 전해졌다. 또한 퀴볼로이는 자신에게 복종하지 않는 사람은 “영원한 저주에 처해진다”고 협박했다고 알려졌다.

필리핀 법원은 올해 초 아동 성착취와 인신매매 혐의로 퀴볼로이와 공범을 체포하라고 명령했고, 별도로 필리핀 상원은 청문회 출석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체포를 지시했다. 미국은 2021년 11월 그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필리핀 경찰은 퀴볼로이를 잡으려 약 2000명을 동원해 지난달 24일 다바오의 본부에 진입을 시도했다. 당시 경찰은 지하에 숨은 사람을 감지하는 장비까지 동원해 넓이가 약 30만㎡에 이르는 본부 시설을 수색했으나 그를 찾지는 못했다. 신도들이 몰려들어 방해하고 칼과 돌로 경찰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러한 물리적인 체포작전 이전에도 경찰은 약 2개월 동안 퀴볼로이를 추적했다고 밝혔다. 퀴볼로이의 변호인은 “그는 혐의를 부인했다. 그에게 불만을 품은 이가 사건을 조작했다”고 AP에 말했다.

퀴볼로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지지자이자 자문이었으며,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퀴볼로이가 자신에게 은퇴 후 머물 집을 줬다고 언급한 적도 있다. 이에 두테르테 시절 퀴볼로이가 정권의 비호를 받았으리라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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