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비트코인 채굴업체들 카자흐스탄·텍사스에 새 둥지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값싼 에너지…규제 느슨

비트코인 채굴 성지로 여겨져 온 중국에서 채굴업체의 ‘엑소더스’가 본격화되고 있다.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해 온 중국 정부가 최근 채굴까지 틀어막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카자흐스탄과 미국 텍사스가 중국을 떠난 채굴업자들의 새 정착지로 주목받고 있다.

CNBC는 15일(현지시간)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업체 절반 이상이 몰려 있는 중국에서 채굴업체의 ‘탈출 러시’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CCAF)는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세계 비트코인의 65% 이상이 중국에서 채굴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많은 전력이 소모되는 채굴 과정의 특성상 중국에서도 특히 전기값이 싼 네이멍구자치구와 신장위구르자치구, 쓰촨성, 윈난성 등의 지역은 비트코인 채굴의 최적지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 채굴 금지와 단속을 천명하고 나서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달 21일 “비트코인 채굴·거래 행위를 타격하겠다”며 단속을 공식화했다. 이후 네이멍구에서는 채굴업자들에게 두 달의 청산 기간을 줬고, 윈난성도 이달 말까지 모든 비트코인 업체에 전기 공급을 중단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채굴업체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중국 비트코인 채굴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블록체인 투자사 캐슬아일랜드벤처스의 닉 카터는 “해시레이트(채굴효율) 하락으로 볼 때 중국에서 이미 채굴업체의 불이 꺼지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전체 해시레이트의 50~60%가 중국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은 중국을 떠난 채굴업체들의 다음 행선지다. 이들은 이미 중앙아시아나 유럽, 미국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가운데 주목받는 나라가 중국과 인접한 카자흐스탄이다. 석탄이 풍부해 값싼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고 건축 규제가 느슨해 채굴시설 설치도 용이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채굴업자들의 또 다른 유력 대안은 미국 텍사스다. 텍사스는 전체 전력의 20%를 풍력발전으로 공급하는 등 재생에너지가 풍부해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가장 값싼 전기를 공급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또 채굴회사 설립이 쉬운 편이고 주정부도 채굴 사업에 우호적이다. CNBC는 “텍사스는 풍부한 태양광과 풍력, 규제 없는 시장, 가상통화에 친화적인 정치적 입장 때문에 채굴업자들에게는 이상적 목적지”라며 “그것이 미국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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