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거친 ‘전랑 외교’로 서방과 마찰…커지는 ‘반중 정서’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민주국가의 ‘공적’이 된 중국

<b>공연 주인공은 ‘시 황제’</b> 지난 28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경축 문예 공연 ‘위대한 여정’이 베이징의 국가체육관에서 열렸다. 국가체육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시진핑 국가주석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베이징 | 로이터연합뉴스

공연 주인공은 ‘시 황제’ 지난 28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경축 문예 공연 ‘위대한 여정’이 베이징의 국가체육관에서 열렸다. 국가체육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시진핑 국가주석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베이징 | 로이터연합뉴스

경제·군사·첨단기술 등 분야서 각국에 위협적 존재로 부상
대국굴기 야심 숨기지 않는 중국…미국, 동맹 동원 ‘포위망’
‘코로나 기원’ 논란도 국제사회에서 ‘비호감 국가’ 인식 키워

“오늘의 중국은 120년 전 중국이 아니다. 열강이 대포 몇 문으로 대문을 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지난 3월 미국과 캐나다, 영국, 유럽연합(EU)이 신장 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를 이유로 중국 관료에 대해 동시다발적 제재를 가하자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 말이다. 1901년 청나라가 의화단 사건으로 미국, 영국, 독일 등 열강과 맺은 불평등 조약인 ‘신축조약’을 거론하며 달라진 중국의 위치를 상기시킨 것이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중국 외교를 총괄하는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미국을 향해 “윗사람처럼 말할 자격이 없다”고 일갈한 직후 나온 발언이다.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서려는 중국의 달라진 위상과 중국 외교관들의 공격적인 ‘전랑(늑대전사) 외교’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국굴기는 그만큼 외부의 적을 만들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방위적 갈등 속에서 점점 더 민주주의 국가의 공적이 되어가고 있다.

■ 대국의 굴기와 미·중 갈등

1921년 공산당 창당 이후 한 세기 동안 실제 중국의 국제적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경제력으로는 미국과 경쟁하는 주요 2개국(G2) 반열에 올랐다. 군사력은 물론 반도체와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과 우주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대국의 굴기’를 가속화하며 세계 각국에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또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140개국의 도로와 철도, 항만 인프라 건설 등에 참여하며 경제 영토와 영향력을 확대했다. 동시에 남·동중국해에서는 영유권을 주장하며 주변국과의 갈등과 군사적 긴장을 높여왔다. 이제 중화인민공화국(신중국) 건국 100년(2045년) 이전에 세계 최강대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중국의 부상은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의 필연적 갈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시 주석 집권 이후 미·중 충돌은 두드러졌다.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갤스턴은 “시 주석의 등장은 ‘힘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라’는 덩샤오핑 시대에 종말을 고했다”며 “그는 힘을 숨기지 않고 주장할 뿐 아니라 중국의 시대가 왔다고 믿는다”고 진단했다.

시 주석의 중국몽 실현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갈등 해결이 필수 과제다. 외교적 고립을 자처했던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과 달리 조 바이든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은 동맹 결집을 통해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넓히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내세우며, 중국과의 갈등을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싸움’으로 몰아간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동맹국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고, ‘일대일로’로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글로벌 인프라 지원 계획을 들고 나온 것은 중국 견제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선언이라 볼 수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미국의 동맹에 균열을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과는 경제적 관계를 앞세우며 정치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중남미,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을 상대로 외교적 유대를 넓히며 미국의 포위에 맞서려는 노력도 가속화하고 있다. 공격적인 코로나19 백신외교가 대표적 사례다.

[중국 공산당 100년, 시진핑의 비전과 현실](3)거친 ‘전랑 외교’로 서방과 마찰…커지는 ‘반중 정서’

■ 전랑 외교, 비호감 국가 낙인

중국은 갈수록 악화되는 대외 이미지도 개선해야 한다. 권위주의적 통치시스템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억압, 인권 문제 등은 반중 정서를 키우는 요인이다. 코로나19는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8월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조사 대상 14개 국가 대부분에서 ‘중국에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이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체적으로 중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보인 응답은 73%였다. 세계적으로 비호감 국가로 낙인이 찍힌 셈이다.

덩샤오핑 시대의 ‘도광양회’(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린다)와 후진타오 시대의 ‘화평굴기’(평화롭게 부상한다)는 시 주석 등장 이전 중국의 상징적 외교정책이었다. 하지만 시진핑 시대 중국 외교관들은 더 이상 자신을 숨기지 않고 공격적으로 이빨을 드러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미국 정치블로그 ‘몽키케이지’에 발표된 연구를 인용해 2012년 이전 중국 외교부 연설은 10% 정도가 ‘전투적이고 적대적’인 것이었으나, 2019년 이후 그 비율이 25% 이상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전랑 외교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 애국주의를 강화해 결속을 높이는 수단이다. 대표적 늑대전사 중 한 명인 루사예 주프랑스 중국대사는 전랑 외교를 서방의 공격에 맞선 “정당한 방어”라고 주장한다. 그는 관찰자망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중국의 외교노선을 ‘유소작위’(해야 할 일은 적극 나서 이뤄낸다)의 일종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외국인이 우리를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국민이 만족하는지 여부를 가지고 우리의 일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랑 외교로 상징되는 공격적인 외교 스타일은 중국에 대한 반감을 키운다. 시 주석도 국제사회에서 커지는 반감을 염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중국의 국력과 국제적 위상에 걸맞고 발전에 유리한 외부 언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국제적 이미지 제고를 주문했다. 시 주석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강경한 외교노선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SCMP는 “전랑 외교는 시 주석의 성격과 정책 우선순위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하며 외교관들의 강경한 자세가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에 전랑 외교가 억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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