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부장관 방중…4개월만의 회담 앞두고 티격태격, 성과낼까?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21일 일본 도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를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21일 일본 도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를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5일 중국을 방문해 셰펑(謝鋒)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잇따라 만난다. 양국이 지난 3월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거세게 충돌한 후 4개월여만에 이뤄지는 외교라인 간 대면 접촉이다. 이번 회담은 양국 외교장관 회담과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로 평가되지만, 회담 전부터 양측이 거센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24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셔먼 부장관이 25일 한국과 일본, 몽골 순방 일정을 마치고 중국을 방문하며, 26일 톈진(天津)에서 셰펑 부부장 및 왕이 외교부장과 순차 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셔먼 부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을 방문한 미 정부내 최고위급 인사다. 그는 26일 톈진 빈하이 원호텔에서 셰펑 부부장과 왕이 부장을 만나 양국 관계를 비롯한 각종 현안에 대한 대화를 나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인 회담 일정과 의제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회담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린 지난 3월 고위급 회담에서 양국이 확연한 입장차를 확인하고 전방위적인 갈등을 이어 온 상황에서 마련된 두번째 고위 외교 당국자간 만남이다. 출범 6개월이 지난 바이든 정부의 대중 정책과 향후 미·중 관계의 향배를 다시금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번 회담을 준비하는 양국의 신경전도 팽팽하다. 회담 자체가 대화 상대를 둘러싼 양측의 힘겨루기로 무산 위기를 겪은 뒤 어렵게 성사됐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회담의 주요 목적은 양국 관계에 대한 솔직한 의견 교환”이라며 “구체적인 것을 협상하는 게 아니라 고위급 소통 채널을 열어두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회담이 셔면 부장관의 한국, 일본 방문 일정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번 회담에 임해 미국과 동맹·파트너의 이익과 가치를 대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래스카 회담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행동에 대한 미국과 동맹국의 우려를 숨지기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중국 외교부 제공

왕이 중국 외교부장. 중국 외교부 제공

중국의 태도는 더 강경하다.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주권과 안전, 발전이익을 지키겠다는 확고한 태도를 표명하고, 내정간섭과 이익침해 중단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중국에 설교하거나 이래라저래라 말할 자격이 없다”며 “이런 수법은 앵커리지에서도 통하지 않았고, 톈진에서는 더욱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 당사자인 왕이 부장은 “미국은 늘 자국의 힘으로 다른 나라를 압박하려 하며 자국이 우월하다고 여긴다”면서 “미국이 평등한 태도로 다른 나라와 함께 지내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면 우리가 보충수업을 해줄 책임이 있다”고 더욱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중국이 회담을 목전에 둔 지난 23일 홍콩 문제에 대한 내정간섭을 이유로 반외국제재법을 동원해 미국 측 인사 7명을 제재한 것도 이번 회담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상황만 놓고 본다면 이번 회담도 알래스카 회담처럼 서로의 입장만 확인한 채 빈손 회담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양측이 어렵게 회담을 성사시킨 만큼 더 이상의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서로의 한계선을 확인하고 협력 가능한 지점들을 찾으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 고위 당국자는 “셔먼 부장관은 극심하고 지속적 경쟁이 충돌로 치닫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할 것”이라며 “미국은 양국 관계에 있어 가드레일과 한도가 있다는 걸 확실히 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에서 잠재적 협력의 영역을 찾는 것이 필요한 세계적 과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이 협력 가능한 분야로는 여전히 기후변화와 북한 문제 등이 꼽힌다. 양국은 격렬하게 충돌한 앵커리지 회담에서도 이들 의제에 대해서는 협력의 여지를 남겼다.

웬디 커틀러 미국 아시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를 낮춰야 한다”면서도 “고위급 대화를 재개하고 올 가을 G20 회의에 앞서 정상회담의 기틀을 닦는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대만아시아교류재단 분석가 사나 하시미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중국이 아무리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의 제도화를 우려하고 있다”며 양국이 긴장감을 완화시키려는 노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에 있는 중·미연구소 사우라 굽타 연구원은 “치열한 협상 끝에 이번 회담이 열린다는 것은 양측이 관계를 진전시키고 심각한 우려를 해소하길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양쪽 모두 넘지 않을 선을 제시해 상대방을 안심시키려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번 대화가 매우 생산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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