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불평등이 집권 기반 흔들라…중국, ‘사교육’ 전면 금지 강경책읽음

박은하 기자

115조원 규모로 시장도 팽창

지방정부 불법과외 단속 등

‘쌍감’ 후속 조치로 통제 나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교육격차가 커지는 현상은 전 세계적 고민거리이다. 중국은 이에 의무교육 단계 학생들의 입시 사교육을 전면 금지하는 강경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교육 불평등 문제가 중국의 앞날과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집권 기반을 흔들 만한 위험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배경이다. 중국 당국이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대신 교육 내용과 관련해서는 더욱 통제의 고삐를 죄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온라인 관영매체 펑파이는 9일 각지 지방정부의 불법과외 단속 소식을 전했다. 허베이성의 주택가에서 여름방학 기간 특별과외를 하던 교사 4명이 적발됐으며, 안후이성에서는 별장에 마련된 과외공부방을 시 당국이 급습했다. 지난달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쌍감(雙減) 조치에 대한 후속 조치이다. 쌍감 조치는 유소년들의 숙제와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안이다.

이에 따르면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 교습은 예체능을 제외하고 모두 금지된다. 사교육 기관 신규 개업은 불가능하며, 기존 사교육 기관은 비영리기구로 재등록해야 한다. 온·오프라인 교육업체의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조달을 금지하고, 사교육업체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금지했다. 쌍감 조치가 발표된 후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교육기업 3곳의 주가는 하루 만에 70% 곤두박질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국의 조치가 내부에서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자녀교육을 위해 비싼 부동산 가격을 감당하고 베이징 명문 학군으로 이사 온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고, 고위층의 비밀과외만 성행할 것이라는 불신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향신문 취재 결과 “당에서 하는 일인데 방법이 없다” “불평등을 두고만 볼 수는 없다”는 반응도 상당했다. 사교육 업체에서는 교사 해고가 진행 중이다.

외신들이 추정하는 중국의 사교육 시장 규모는 1000억달러(115조원)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교육의 확산은 가뜩이나 높았던 중국의 교육열과 결합해 사교육 시장을 팽창시켰다. 중국과학원 빅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의 온라인 사교육 규모는 2013년 85억위안(1조5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884억위안(15조7000억원)으로 10배 넘게 뛰었다. 주고객의 연령대는 30대 부모(55%)가 가장 많았고, 대부분 연수입 20만(3500만)~50만위안(8800만원)의 대도시 거주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통신은 사교육 부담이 저출산 현상의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기준 1.69명이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매체 더 디플로맷은 중국의 사교육 금지 조치를 젊은층에서 유행하는 ‘탕핑’과 ‘네이쥐안’에 대한 당국의 해결책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각각 ‘평평하게 드러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겠다’ ‘성과 없는 무의미한 경쟁’을 의미한다. 불평등에 대한 냉소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쌍감 조치는 사교육 업계의 힘이 공교육을 압도한다는 위기감과도 연결돼 있다. 중국 국무원은 사교육 금지 정책과 함께 공교육 내실화 방안을 내놓았는데 홍콩, 신장, 티베트 등에 공통 교육과정을 도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조형진 인천대 중국학술원 부원장은 “중국 내 서민계층에서는 나름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추진하는 정책으로 보인다”며 “국가 전반의 통일성을 강화하는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쌍감 정책도 나왔다”고 말했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대학입시 등의 불평등 해결 조치까지 내놓지는 않았다”며 “당이나 국가를 우회한 민간이 힘을 갖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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