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국 일대일로 맞서 ‘글로벌 게이트웨이’ 추진…강제노동 상품 금지도 제안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EU 홈페이지 캡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EU 홈페이지 캡쳐

유럽연합(EU)이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대항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새로운 인프라 연결 구상인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EU는 강제 노동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역시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의 강제 노동 의혹을 겨냥한 조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5일(현지시간) 유럽의회 국정 연설에서 “유럽이 보다 적극적인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려면 차세대 파트너십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게이트웨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연결 전략을 곧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를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소개했다. 그는 “우리의 번영과 안보에 있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권위주의 정권이 영향력 확대를 위해 그것을 이용하려 한다”며 “유럽은 그 지역에서 더 존재감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이 중국이 소유한 구리 광산과 항구 사이에 완벽한 길을 건설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우리는 이런 투자에 더 영리해져야 하며 전 세계의 상품과 사람, 서비스를 연결하는 양질의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EU의 글로벌 게이트웨이라는 새로운 인프라 연결 구상은 인도·태평양에서 일대일로를 통해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개발도상국을 부채의 함정에 빠뜨린다는 비판을 받는 일대일로와 글로벌 게이트웨이의 차별성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전 세계 국가들과 글로벌 게이트웨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파트너들에게 투명성과 좋은 거버넌스를 제공하는 가치 기반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며 “우리는 종속성이 아닌 연결성을 원한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이 유럽시장에서 판매되는 것을 막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전 세계 사업 활동과 국제 무역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희생시키며 이뤄질 수는 없다면서 “2500만명이 강제 노동을 강요받고 그들이 강제로 만든 제품이 유럽의 상점에서 판매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고 팔 수 없는 것”이라며 강제 노동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강제 노동과 관련해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조치가 중국이 신장 등에서 수천명의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에게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는 반복된 주장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연설에 대해 “중국에 대한 유럽의 지정학적 우려에 관한 언급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의 연설이 유럽 의회로부터 중국과의 관계를 바꾸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며 EU는 중국에 대해 더 강경해지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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