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일 달성” vs 대만 “일국양제 거부”…신해혁명 110주년에 긴장 고조

윤기은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신해혁명 110주년을 맞아 대만과의 통일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국방을 강화해 스스로 방어하겠다”며 일국양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10일 신해혁명 1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행사에서 “대만 독립 분열은 조국 통일의 최대 장애이자 민족 부흥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조국을 배반하고 국가를 분열시키는 사람은 끝이 좋은 적이 없었다. 반드시 인민에게 버림받고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완전한 조국 통일의 역사 임무는 반드시 실현해야 하며 틀림없이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날 서방 세계를 겨냥해 대만 주권 문제 개입은 내정간섭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대만 문제는 완전히 중국 내정으로 어떤 외부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며 “그 누구도 중국 인민이 국가 주권과 영토보전을 수호하려는 확고한 결심과 의지, 강한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다만 무력이 아닌 평화적인 방식으로 통일을 이루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우리는 평화 통일,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기본 방침과 하나의 중국 원칙, 92공식(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견지하면서 양안 관계의 평화 발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지난 7월1일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에서도 평화통일을 언급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통일을 12차례, 부흥을 25차례 언급했다. 행사가 열린 인민대회당 단상 뒤편에는 신해혁명을 이끌고 중화민국 임시 대총통을 지낸 쑨원(孫文)의 대형 초상화가 내걸렸다. 홍콩명보는 중국 관영 CCTV가 이날 기념식을 중계하면서 처음으로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 대표단의 참석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의 평화통일 언급에 대만은 즉시 반발했다. 장둔한(張淳涵)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시 주석의 연설이 끝난 직후 “중화민국(대만)은 독립적인 주권 국가로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의 일부가 아니다”며 “대만의 주류 민의는 매우 분명하다. 일국양제를 거부하고 민주, 자유의 생활 방식을 수호하는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기구인 대륙위원회(MAC)도 별도의 성명을 내고 중국을 향해 “침입과 파괴적인 도발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차이 총통은 10일 건국기념일 연설에서 양안 관계에 대해 “현상 유지가 우리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안의 이견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평등한 대화를 통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전력을 다해 현 상황의 일방적인 변화를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도 우리에게 중국이 제시한 길을 가도록 강요할 수 없도록 국방을 계속 강화해 스스로 방어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줄 것”이라며 일국양제 거부 의사를 재차 밝혔다. 차이 총통은 또 자유민주 헌정 체제의 영원함,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이 서로 예속된 것이 아님, 주권 침범 및 합병을 용납하지 않음, 중화민국의 앞날은 반드시 대만인 전체의 의지에 따라야 함 등 4가지 항목을 견지하는 것이 마지노선이자 최대 공약수라고 밝혔다.

1911년 쑨원을 중심으로 한 중국 시민들이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근대 민주공화국인 중화민국을 설립한 신해혁명은 대만 주권론의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한 핵심 논쟁 사안이다. 대만은 쑨원이 신해혁명 당시 중화민국(대만의 정식 명칭)을 만들었으며, 자신들이 자유민주주의의 가치가 담긴 삼민주의(민족, 민권, 민생)를 계승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대만은 신해혁명이 시작된 10월10일을 건국기념일로 삼고 있다. 반면 중국은 프롤레타리아트 시민들이 왕정을 무너뜨린 반봉건주의의 신해혁명 정신을 이어가겠다며 이날을 혁명기념일로 정했다.

시 주석은 신해혁명 110주년 연설에서 평화통일을 언급했지만 무력 과시도 잊지 않았다. 중국은 기념식에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 대표단이 참석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집중 조명했다. CCTV는 제복을 입은 군경을 여러 차례 클로즈업했다. 대만도 건국기념일 행사에서 치누크 수송헬기와 초음속 대함 미사일 등을 선보였다.

앞서 중국은 지난 1~5일 약 150대의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켜 그동안 유례없던 대규모 무력 시위를 벌였다. 이에 차이 총통은 지난 8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안보 포럼에서 “대만은 군사적 대립을 추구하지 않지만 자유와 민주주의적 삶의 방식을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말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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