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민투표 ‘중국보다 미국’ 선택…양안 갈등 더 깊어질 듯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미 돼지 수입 금지 등 4개안

그간 예상 뒤집고 모두 부결

차이잉원, 대내정책 힘 실려

중국 매체 “주민 이익 배신”

차이잉원 대만 총통(가운데)이 18일 국민투표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차이 총통과 집권 여당은 이날 투표에서 예상 밖의 승리를 거뒀다.  타이베이 | 로이터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가운데)이 18일 국민투표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차이 총통과 집권 여당은 이날 투표에서 예상 밖의 승리를 거뒀다. 타이베이 | 로이터연합뉴스

대만에서 18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이끄는 정부와 여당이 예상 밖 승리를 거뒀다.

차이잉원 정부의 국정 장악력이 커질 뿐 아니라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양안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투표에 부쳐진 ‘제4원전 상업운전 개시’ ‘락토파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 ‘국민투표일과 전국 선거 연계’ ‘타오위안(桃園) 조초(藻礁·산호의 한 종류) 해안에 건설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이전’ 등 4개 안건 모두 반대표가 더 많아 부결됐다. 이들 안건은 모두 집권 민진당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반하는 것이어서 이번 국민투표가 사실상 차이 총통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 안건의 경우 반대가 413만1000여표로 찬성 393만6000여표보다 20만표 가까이 앞섰다. 제4원전 발전 개시 안건은 반대가 찬성보다 45만여표 많아 반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는 4개 안건 모두 찬성 쪽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된 그간 여론조사 추이와는 상반된 결과이다.

특히 성장촉진제 락토파민이 함유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문제는 차이잉원 정부가 지난해 12월 야당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사안이다. 대만 정부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통해 중국 경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인 국민당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에 따른 국민 건강 위협론을 제기했음에도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것은 수입 허용 결정이 중국의 군사적 압박 속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위해 필요한 ‘대승적 양보’ 차원이라는 정부·여당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대만이 향후 대미 관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게 되면 양안 갈등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차이 총통은 전날 밤 진행된 대규모 유세에서 미국 돼지고기 수입 문제는 식품안전 문제가 아니라 대만이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와 관련된 경제·통상 문제라면서 양자 또는 역내 FTA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만 국민투표 ‘중국보다 미국’ 선택…양안 갈등 더 깊어질 듯

대만 정부가 국민당에 맞서 ‘4개 부동의’를 관철하면서 차이잉원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등 대내정책도 힘을 받게 됐다.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물론 2024년 열릴 총통·국회의원 동시 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차이 총통은 담화에서 “국민투표는 누가 지고 이기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미래를 어떻게 걸어가느냐의 문제”라며 “국민투표를 통해 대만 인민이 세계로 나아가겠다는 명확한 신호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민진당이 주민의 이익을 배신했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19일 사설에서 “민진당은 최근 몇 달 동안 중요한 문제를 제쳐두고 대규모 정치 동원으로 대만을 혼란으로 이끌었다”며 “락토파민이 함유된 돼지고기를 수입하겠다는 태도는 국민의 건강을 희생해 미국을 껴안고, 외세에 무엇이라도 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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