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러시아 이해”…짙어지는 ‘신냉전의 그림자’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왕이 “합리적인 안보 우려 이해”

나토 동진·서방 견제 ‘밀월 강화’

무력, 침략 규정 않고 “미국 때문”

‘중·러 대 서방’ 전선 재편 가능성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중국은 “합리적 안보 우려를 이해한다”며 러시아를 두둔하고 나섰다.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경제적 탈출구를 제공하고 밀월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미·중, 미·러 갈등이 중국·러시아 대 서방국가의 갈등으로 확대되며 ‘신냉전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24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일관해서 각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한다”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복잡하고 특수한 역사적 경위가 있다는 것을 주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사실상 러시아 편을 든 셈이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러시아의 침공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과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압박 때문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국가의 전방위적 압력에 직면한 중국과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다고 보는 것다.

중국은 이런 입장에서 러시아의 무력 사용을 ‘침략’으로 보는 시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행동을 ‘침략’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면서 “미국은 한동안 계속 긴장을 고조시키고 전쟁을 부추겼다. 그동안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얼마나 많은 무기와 탄약을 보냈는지 아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중국은 러시아의 입장에 동조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중립노선’을 표방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득실을 계산하며 러시아와의 경제적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간접 지원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4일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가 30년간의 장기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런 사전 포석의 일환이다. 중국은 그동안 러시아 일부 지역 생산분으로 한정했던 밀 수입을 러시아 전역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중국이 러시아의 제재 피난처가 되며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디게 만들 경우 미국 등 서방국가가 중국에 2차 제재를 가하면서 전선이 중국·러시아 대 서방국가 간 신냉전 구도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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