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티즌 “푸틴 연설에 감동해 눈물”···전쟁 반대 목소리 '외면'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온라인서 러 두둔·우크라엔 도 넘은 악플·허위 정보

우크라 내 반중 분위기…현지 중국인들 “신변 우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4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4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서는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설이 큰 관심을 끌었다. 중국어로 번역된 푸틴 대통령의 연설문은 웨이보에서 하루 만에 11억 뷰를 기록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푸틴 대통령을 ‘옛 소련 최고의 유산’ ‘금세기 최고의 전략가’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푸틴 연설에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며 “중국도 그들(서방)에 같은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국제사회가 일제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중국 온라인상에서는 러시아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이 같은 상황을 전하며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서방의 정치적·이념적·군사적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묘사한 것이 중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서방국가들의 압력에 맞서는 것처럼 비춰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과의 갈등 속에서 국수주의적 정서가 커진 중국 네티즌들을 자극한 것이다. NYT는 이를 두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국제관계는 서방국가와 중국의 제로섬 게임’이라는 시각을 전파해 온 중국 지도부와 ‘전랑(늑대 전사)’ 외교관들의 언사가 ‘샤오펀훙(小粉紅)’으로 불리는 국수주의 성향 네티즌들에게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해석했다.

중국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도를 넘어서는 네티즌들의 악플이나 허위 정보도 넘쳐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SNS에 “우크라이나 미녀들이 오고 있다. 여성 난민을 기꺼이 돌봐주겠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큰 비난을 샀고, 동영상 플랫폼에는 러시아의 침공을 두고 “중국이 대만을 수복하는 장면 같다. 푸틴은 정말 멋지다”라며 즐거워하는 여성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네티즌들의 이런 비상식적 언행이 이어지자 중국 SNS 업체들은 관련 계정을 정지시키며 수습에 나섰고, 관영매체들도 네티즌들에 자제를 촉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국에서도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네티즌은 “전쟁이 일어난 것에 환호하는 사람은 모두 바보”라며 국수주의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고, 난징대와 칭화대 등의 저명한 역사학자 5명은 SNS에 올린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 비판했다. 또 동영상 플랫폼에는 항저우에 사는 한 남성이 거리에서 ‘전쟁을 멈추라’를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올라왔고, 베이징에서는 한 남성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러시아문화원 출입문에 빨간 페인트 낙서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러시아를 비판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국수주의적 네티즌들의 여론에 묻혀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는 중국이 러시아를 지지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져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중국인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까지 불러오고 있다. 중국매체 신랑(新浪)신문은 최근 우크라이나 북동부에서 중국인 유학생이 총격 위협을 당했다는 증언을 전했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우크라이나에 있는 중국인들은 현지에서 중국에 대한 감정이 악화되면서 신변에 대한 우려를 토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중국인들은 현지 대사관의 도움으로 육로를 통해 주변 국가로 철수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에는 6000명 정도의 중국인이 체류해 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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