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불안…‘플렉스’ 접는 중국 청년들

김서영 기자

코로나 탓 임금삭감·실직
“다음달엔 얼마나 벌지 몰라
전처럼 버는 돈 다 안 쓴다”
투자·소비보다 저축·절약
명품 안 사고 ‘10위안 저녁’

코로나19 팬데믹과 이에 따른 봉쇄, 흔들리는 부동산시장 등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놓인 중국 젊은이들이 검소한 생활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상하이에서 마케팅 컨설턴트로 일하는 도리스 푸(39)가 전형적이다. 그는 “이제 손톱과 머리 관리를 받지 않는다. 화장품은 모두 중국제로 바꿨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코로나19 이전엔 차를 폭스바겐으로 바꾸려 했고, 더 큰 아파트와 고급 식사, 여행 등을 꿈꿨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모든 게 미지수인데 돈이 있다고 해서 더 좋은 집과 차를 살 순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처럼 젊은이들이 돈을 펑펑 쓰는 소위 ‘플렉스’에서 절약과 저축으로 돌아선 데에는 중국의 경제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도시가 봉쇄되고 여행이 막혀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줬고, 대기업은 젊은 인력을 내보내기도 했다. 최근 중국의 16~24세 실업률은 지난 7월 20%를 기록한 이후 19%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소매업과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청년들 임금이 삭감되기도 했으며, 중국 38개 주요 도시의 임금은 올 1분기 1% 떨어졌다.

지우 첸 홍콩대 경영대학원 학장은 “험난한 일자리 시장과 경제 하방 압력 속에서 젊은이들은 전엔 겪어보지 못했던 불안정과 불확실을 느낀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중국인민은행(PBOC)의 최근 분기별 조사에 따르면 약 60%가 투자나 소비보다는 저축을 더 많이 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3년 전 이 비율은 45%에 불과했다. 중국 가구는 올해 1~8월 10조8000억위안을 새로 저축해 전년 동기 6조4000위안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저축과 절약을 내세운 ‘새로운 검소함’ 문화는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10위안(약 2000원) 저녁’이 대표적이다. 항저우에 사는 한 20대 여성은 ‘10위안 저녁’ 관련 동영상 100여개를 앱에 올려 수십만 팔로어를 모았다. 1분 정도 길이인 동영상의 조회수는 40만 가까이 되며, 그는 5위안짜리 냉동새우, 2위안어치 채소 등을 활용해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중국에서 가장 물가가 높은 축인 상하이에선 ‘한 달에 1600위안(약 32만원)으로 살기 도전’ 같은 절약 팁이 소셜미디어에서 논의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양준(28)은 “코로나19가 사람들을 염세적으로 만들어놨다. 다음달에도 같은 돈을 벌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이전처럼 버는 돈을 다 쓸 수 없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그는 스타벅스 커피를 끊고, 사용하는 화장품을 지방시에서 약 60% 저렴한 중국 회사 제품으로 바꿨다.

중국 소매판매실적은 지난 7월 2.7% 상승에 그쳤고, 지난달 5.4%로 오르긴 했으나 코로나19 이전 7%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지방시와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를 소유한 LVMH 그룹과 스타벅스의 중국 판매 실적은 지난 분기 가파르게 줄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소비자 지출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소비가 위축될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래도록 소비 성장세에 힘입어 경제를 발전시켜온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로서도 골치 아픈 상황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중국시장조사그룹(CMR)의 벤저민 카벤더 전무이사는 “16년 동안 소비자 행동을 조사해왔지만 젊은 소비자들을 관찰한 것 중 이것이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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