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태평양도서국 지원 약속에 중국 “대국게임 바둑알 돼선 안돼, 진정성 가져야”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미국-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미국-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태평양 도서국들과 첫 정상회의를 열고 외교·안보 관계 강화와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자 중국은 “태평양 도서국이 대국 게임의 바둑알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에 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미국이 이 지역에서 존재를 강화하는 데 힘쓸 것임을 강조한 것에 주목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 대변인은 이어 “중국은 의향이 있는 구가들이 도서국과의 정상적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개방적 태도를 갖고 있다”며 “미국이 협력을 명분으로 지정학적 게임을 하거나 진영 대항을 복제하지 말고 태평양 도서국 발전을 진심으로 지원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도 태평양 도서국과의 관계를 중시한다”며 “우리는 도서국과의 협력에서 주권과 염원을 존중하고 정치적 조건을 붙이지 않으며 제3자를 겨냥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이날 미국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환구시보는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와 공동으로 ‘미국은 태평양 도서국을 파트너로 삼는데 진심인가’라는 사설을 싣고 미국이 태평양 도서국에 8억1000만달러(약 1조1600억원)를 지원하기로 한 것에 대해 “약속을 이행한다면 좋은 일이지만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미국의 약속에 대한 국제적 신용은 매우 낮다”고 견제했다.

이어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미국의 원조 약속 뒤에는 줄곧 각종 정치적 조건이 따라다닌다는 것”이라며 “미국의 돈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흔히 국가의 존엄과 주권의 일부를 양보하는 대가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 매체는 또 미국의 태평양 도서국 지원과 관계 강화 노력이 중국에 대한 노골적인 견제라는 점을 부각하며 못마땅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설은 “미국이 지금 갑자기 태평양 도서국에 관심을 갖는 것은 결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목적성이 강하고 적나라하다는 것을 세계인이 모두 안다”며 “그동안 중국과 태평양 도서국 간 호혜적 협력의 급속한 발전은 미국에 눈엣가시였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번 정상회의에 대해 “중국에 맞서기 위한 미국의 전례없는 외교적 노력이라는 게 여론의 인식이며 일부 도서국에서는 이미 줄세우기 강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며 “독립적 주권을 가진 태평양 도서국이 원하는 것은 미국의 진정한 존중이지 화려한 신개념과 상징적 의식으로 소국을 종속시키는 패권적 모델을 부활시키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앞서 28∼29일(현지시간) 태평양도서국포럼(PIF) 회원국 정상들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미국·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를 열고 미국과 태평양도서국의 관계 강화, 태평양도서국과 국제사회의 관계 강화, 도서국 자율권 확대와 번영 등 4가지 전략 목표를 제시하며 경제적 지원 등을 약속했다


Today`s HOT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황폐해진 칸 유니스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