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견제세력·원로정치·후계자 없는 ‘무소불위’…정치 불확실성 키운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시진핑 장기집권 시대, 과제와 전망] ①정치·사회

‘3무 정치’ 시대, 절대권력 위험성 경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3일 공산당 총서기로 재선출된 뒤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함께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3일 공산당 총서기로 재선출된 뒤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함께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폐막식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옆 자리에 앉아 있던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이 갑자기 누군가의 부축을 받아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이 장면을 두고 후 전 주석이 끌려나간 것이라거나 지도부 인선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후 전 주석의 갑작스러운 퇴장은 중국 공산당에서 ‘원로 정치의 종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에는 그동안 원로들이 당과 국가의 중대사에 대해 일정한 의사를 개진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로 정치의 전통이 있었다. 매년 여름 주요 지도부와 당 원로들이 모여 비공개 회동을 갖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그 상징적인 행사였다. 이는 당 원로들이 은퇴 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하는 방편이지만 권력이 특정 계파나 1인에 집중되는 것을 견제하는 장치이기도 했다. 당의 차기 지도부를 결정하는 데도 과거에는 이 회의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3일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마무리된 중국 최고 지도부 인사는 원로 정치와 계파 간 견제, 후계 구도가 존재하지 않는 본격적인 ‘3무 정치’ 시대의 시 주석 ‘1인 천하’를 확인시켜 준 것으로 평가된다. 최고 지도부 인선에서 후 전 주석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계열의 인사들은 모두 퇴출됐고, ‘시자쥔(習家軍)’으로 불리는 시 주석 측근 인사들이 사실상 모든 권력을 장악했다. 지도부 내 최소한의 견제 장치도 사라진 것이다. 시 주석은 또 이번에도 후계 구도를 만들지 않았다.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는 후계 수업을 받을만한 50대 후반의 젊은 지도자가 포함되지 않았고 새로운 상무위원 전원은 시 주석의 후계자라기보다는 충실한 보좌관 역할을 할 인물들이라는 평가다. 차기 최고 권력을 물려받을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곧 시 주석이 10년 이상의 장기집권을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시 주석은 이번 당 대회를 계기로 견제 세력이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게 됐고 그로 인한 정치적 위험성과 불확실성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BBC는 시 주석의 3연임이 중국을 더 권위적인 정치적 입장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블룸버그통신은 아무도 시 주석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새 지도부 구성이 중국은 물론 세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빅터 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지금은 문제가 없겠지만 시 주석이 더 나이가 들고 만약 병에라도 걸린다면 불확실성의 정도가 커질 것”이라며 후계자가 없는 절대 권력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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