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서 막 오른 미·중 외교전…아세안 정상회의 시작으로 잇단 다자회의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아시아를 무대로 한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외교전이 막을 올린다. 10일부터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주요 다자회의가 잇따라 예고돼 있다.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3기를 시작하고 미국이 중간선거를 끝낸 뒤 처음 격돌하는 다자 외교무대다.

중국 외교부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아세안 의장국인 캄보디아 훈센 총리 초청으로 지난 8일 밤 캄보디아에 도착했다고 9일 밝혔다. 리 총리는 캄보디아 방문 기간 아세안 정상회의와 중국·아세안 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동아시아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일정을 잇따라 소화하고 노로돔 시하모니 캄보디아 국왕 및 훈센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리 총리의 해외 방문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이자 시 주석 집권 3기 시작 이후 처음이다.

오는 13일 아세안 정상회의 일정이 모두 끝나면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와 18∼19일 태국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가 기다리고 있다. 이들 회의에는 시 주석이 직접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시 주석의 회의 참석 일정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주최국인 인도네시아와 태국 정부가 시 주석의 참석을 확인한 상태다. 시 주석의 해외 방문과 다자회의 참석은 지난달 3연임을 확정한 이후 처음 이뤄지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아세안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12∼13일 캄보디아에서 미국·아세안 정상회의와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곧 바로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동해 G20 정상들을 만난다. 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참석한다.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이 기간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국가 정상들을 두루 만나 양자 회담을 하고 대중 견제 외교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주요 다자회의를 계기로 동남아시아가 다시 한번 미·중 간의 외교적 각축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시아는 미·중 모두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아세안 정상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특별정상회의를 가졌고 이후 대중 견제 성격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켜 동남아 국가들을 끌어들이는 등 대중 견제를 위해 이 지역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도 아세안은 최대 교역 파트너이며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지정학적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는 지역이다. 이를 보여주 듯 시 주석 집권 3기 중국 외교의 초점이 상당부분 동남아에 맞춰지고 있다. 시 주석은 연임을 확정한 후 베이징에서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가장 먼저 만났고 이달 초에는 한정(韓正) 부총리가 싱가포르를 방문하기도 했다.

동남아에서 열리는 잇단 다자회의 중에서도 단연 주목받는 것은 G20 정상회의다. 주요국 정상들이 총출동할 뿐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첫 대면회담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 백악관은 전날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구체적인 일정 확정을 위해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G20 정상회담이 열리는 인도네시아에서는 한·미·일 정상회담과 중·일 정상회담 등 주요국 정상들의 연쇄적인 만남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앞으로 열흘 동안 동남아에서 3개의 대형 지역·국제 정상회의가 잇달아 열리며 글로벌 거버넌스가 아시아의 순간을 맞고 있다”며 “중국과 아세안은 오랫동안 지역 국가들과 함께 개방적인 지역주의를 유지해 왔고 중국은 아세안의 단결과 중심적 위치를 확고히 지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의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며 “아세안은 관련 회의에서 강대국 사이에서의 줄서기를 피하고 세계적인 회복과 화해를 촉진하는 데 무게중심을 둘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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