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통선거 풍향계’ 대만 26일 지방선거…타이베이 시장 장제스 증손자 두각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오는 26일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대만 타이페이에서 각 후보 진영의 선거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는 26일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대만 타이페이에서 각 후보 진영의 선거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대만에서 오는 26일 동시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2024년 총통 선거와 나아가 향후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정치적 풍향계가 될 수 있는 선거다. 4년 전 선거에서 참패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설욕을 벼르고 있지만 주요 단체장 선거에서 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 후보들에 고전하고 있다.

22일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26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전국 22개 현·시에서 ‘지방공직인원 선거’ 투표가 실시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4년에 한 번 치러지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다. 광역단체장에 해당하는 22개 현·시의 장과 각 기초단체장 및 지방의원 선거 등 9개 선거가 동시에 치러져 대만에서는 ‘구합일(九合一)’ 선거로 불린다.

이번 선거는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차기 총통 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갖는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이끄는 집권 민진당의 패배는 곧 국정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야당인 국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차기 총통 선거에서 8년 만에 정권을 탈환하기 위한 하나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민진당은 대만 독립 성향이 강한 반면 국민당은 양안 관계 안정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는 장기적으로 양안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민진당은 이번 선거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8년 선거에서는 국민당이 22곳의 현·시장 선거 중 15곳에서 승리했고, 민진당은 6명의 현·시장을 배출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재 22곳의 현·시장 선거 중 14곳에서 국민당 후보가 앞서고 있으며 민진당 후보는 7곳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판세를 분석했다. 22명의 광역단체장 선거 중에서도 단연 관심을 끄는 것은 수도 타이베이를 비롯한 6대 직할시 시장 선거다.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들 지역에서도 국민당의 우세가 점쳐진다. 현재 국민당은 타이베이와 신베이(新北), 타이중(臺中), 타오위안(桃園) 등 4개 지역에서 앞서고 있으며, 민진당은 전통적 텃밭인 타이난(臺南)과 가오슝(高雄) 등 2개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주목받고 있는 곳은 수도 타이베이다. 무소속으로 두 번이나 당선된 커원저(柯文哲) 현 타이베이 시장이 임기 제한으로 불출마함에 따라 무주공산이 됐다. 장제스(蔣介石) 초대 총통의 증손자인 장완안(蔣萬安) 전 입법위원(국회의원)이 국민당 후보로 시장 선거에 나선다. 차이잉원 정부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진두지휘했던 위생복리부장 출신의 천스중(陳時中) 민진당 후보와 격돌이 예상된다.

지난 10일 대만민의기금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장 후보가 29.8%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천 후보의 지지율은 21.8%로 무소속인 황산산(黃珊珊) 전 타이베이 부시장(26.6%)에게도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셀 샤오 국제 대만연구소장은 블룸버그통신에 “장완안이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당의 새로운 얼굴로서 국민당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며 “이는 2024년 총통 선거와 대만해협 정세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진당은 타이베이 시장 선거를 비롯한 이번 지방선거에서 또 참패한다면 다시 한번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민진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뒤 차이 총통이 결과에 책임을 지고 당 주석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다만 1년여 뒤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는 차이 총통이 지방선거 참패를 딛고 재선에 성공한 만큼 이번 선거 결과가 2024년 1월 총통 선거 결과로 직결될 것이라 장담하기는 어렵다. 대만 정치권은 지방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총통 선거 정국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차이 총통은 연임 제한으로 다음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는다.


Today`s HOT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황폐해진 칸 유니스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