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출신 감독이 만든 대만 영화가 중국에서 개봉 2주 만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에서 보기 드문 범죄 영화의 흥행 원인을 두고 중국과 대만 양쪽에서 관심이 뜨겁다.
14일 신경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1일 개봉한 <주처제삼해>(周處除三害)가 지난 12일 누적 수입 4억 위안(약732억6800만원)을 돌파했다. <주처제삼해>는 3일부터 13일까지 열흘 연속 할리우드 영화 <듄2>를 누르고 중국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주처제삼해>는 황징푸(黄精甫) 감독이 연출한 대만 범죄 스릴러 영화이다. ‘주처란 사람이 세 가지 악을 처단한다’는 의미의 제목은 중국 역사서 <진서·주처전>과 고전 <세설신어>에서 따 왔다.
살인죄 등으로 도피 생활을 하다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자수하려던 대만 조폭 천구이린이 자신이 요주의 3위로 지명수배됐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후대에 이름을 알리기 위해 요주의 인물 1, 2위를 제거하려 든다는 것이 주된 줄거리이다. 대만에서 지난해 10월 개봉했으며 <돼지, 뱀, 그리고 비둘기>(The Pig, The Snake and The Pigeon)란 제목으로 넷플릭스에서도 공개됐다.
영화는 홍콩 B급 영화 감성을 충실히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만에서는 수익분기점을 살짝 웃도는 약 6000만 대만달러(1370만위안)의 수입을 거두는 데 그쳐 ‘범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중국에서 반응은 폭발적이다. 액션 장면에 대한 경탄과 남자 주인공이 잘생겼다는 반응, 여성 캐릭터가 지나치게 성적 대상화됐다는 비판까지 나오며 다양한 화제를 낳고 있다. 영화는 중국에서의 흥행이 화제가 되자 대만 넷플릭스에서 ‘역주행’해 스트리밍 1위를 차지했다.
영화가 중국에서 개봉한 것부터 중국과 대만 양쪽에서 의외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범죄자가 주인공이며 잔혹하고 선정적인 장면이 상당 포함돼 검열 당국의 눈에 불온해 보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중국 영화팬들은 개봉 직전까지 “대체 얼마나 삭제된 장면이 많을까”, “온전히 개봉될 수 있을까” 하는 반응을 남겼다. 여주인공 역할을 맡은 대만 배우 왕징은 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중국에서 이렇게나 흥행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기존 중국 영화와 달리 마약, 갱단, 살인 등의 소재가 거침없이 다뤄지는 것에 관객들이 해방감을 느꼈다는 것이 흥행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다윗왕과 사회시’라는 필명으로 대중문화 리뷰를 남기는 한 네티즌은 웨이보에 “<주처제삼해>는 비록 역사에 남는 대작이라고 볼 수 없지만 중국 영화시장에서는 크고 해방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가 오랫동안 극장에서 제대로 된 ‘성인영화’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라고 적었다. 그는 “이 영화는 중국 영화의 ‘3대 악’인 유아화, 단편영화화, (극장은 외면하고 OTT에서만 영화를 출시하는) 스트리밍화를 제거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만 매체 중앙사는 “이 영화가 중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폭력으로 폭력에 맞서다’는 주제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다양한 영화 관람층이 영화 속에서 공감을 찾을 수 있게 했다”고 분석했다. 대만 언론과 네티즌들은 영화의 흥행은 억압적인 중국 체제를 반증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열 통과가 이례적이지만 오락 영화이지 정부나 사회상을 비판하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천빈화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양안 동포들이 동일한 문화와 민족성을 갖고 있어 정서적 공명을 이루기 쉽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영화와 TV산업의 협력이 강화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주처제삼해>의 흥행과 중국드라마 <꽃>의 대만 흥행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중국 매체들은 추세를 볼 때 영화의 최종 수입은 5억위안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역대 중국 개봉 대만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수입을 거둔 영화는 2018년 개봉한 <슬픔보다 슬픈 이야기>로 9억 위안 이상을 벌어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