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하의 베이징 리포트

1994년생 이장과 중국의 농촌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닝샤후이족자치구 구이위안시 평양현 양핑촌의 30세 당 서기 장웨이. 영상 캡처.

닝샤후이족자치구 구이위안시 평양현 양핑촌의 30세 당 서기 장웨이. 영상 캡처.

1994년생 여성 장웨이(張瑋·사진)는 닝샤후이족자치구 구이위안시 펑양현 양핑촌의 공산당 지부 서기, 즉 이장이다. 그는 지난 3월부터 이장으로서 일상을 담은 짧은 영상을 온라인에 올리고 있다. 주민들과 함께 지역 특산물인 붉은 자두와 살구의 동결 방지 기술을 시연하고 막걸리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을 현지 사투리로 소개하기도 한다.

네티즌이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그의 외모였다. “1994년생이라고? 49살이 아니라?” “립스틱도 안 바르나” 등의 조롱이 잇따랐다. 장웨이는 굴하지 않았다. 계속 영상에 민낯으로 등장했다. 그는 지난 10일 공개된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화가 많이 났지만 지금은 받아들였다. 이것이 우리 풀뿌리 노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고난의 진실한 묘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웨이는 “마을을 홍보하는 것 외에도 오늘날 농촌의 변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영상을 제작한다고 말했다. 이달 현재 장웨이가 영상을 올리는 더우인(틱톡), 콰이쇼우, 웨이보비디오하오 등 여러 플랫폼의 계정 구독자 수는 총 10만명에 달한다.

장웨이가 마을 주민과 함께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영상 캡처

장웨이가 마을 주민과 함께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영상 캡처

인터뷰에 따르면 장웨이는 펑양현 훙허진 콴핑촌에서 태어났다. 닝샤후이족자치구 내 인촨에너지대학을 졸업하고 국영기업에서 2년간 근무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계기는 아버지의 와병이었다. 2020년 아버지의 병세가 호전된 뒤에도 시골에 남아 펑양현의 ‘풀뿌리 간부 모집’에 지원해 양핑촌의 이장이 됐다. 다른 마을 출신인 데다 농촌 주민들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처음에는 그만둘 생각도 했다. “공부는 시골을 바꾸는 것이지 시골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라는 아버지의 말이 버팀목이 됐다.

장웨이의 또 다른 버팀목은 동료들일 것이다. 영상은 1990년대생들로 이뤄진 6~7명의 팀원들이 함께 만든다. 다른 마을에도 청년들이 있어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다. 중국에서 농촌으로 돌아온 젊은이들은 반향청년(返鄕靑年)이라 불린다.

중국 공산당은 2013년 농촌의 위생·정주 환경을 개선하고 관광·레저 산업과 연계해 농가 소득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2015년 3월 ‘생태문명’ 건설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화목하고 아름다운 향촌(和美鄕村)’이란 새 슬로건을 채택했다. 산업화와 환경오염으로 황폐해진 농촌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장웨이가 양핑촌 마을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영상 캡처

장웨이가 양핑촌 마을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영상 캡처

농산물 생산, 가공, 판매, 관광산업까지 연계해서 농가소득을 올린다는 구상은 일본과 한국에서도 시도한 바 있다. 중국의 다른 점은 여전히 농촌에 인구의 상당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농촌 개혁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중국은 2020년에야 도시화율이 60%를 돌파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4억 인구 가운데 6억 명가량이 농촌에 거주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농촌에 대한 관심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만큼은 진심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는 문화대혁명이 한창이던 10대 시절 산시성 농촌으로 ‘하방’해 7년간 생활했다. 허베이성 농촌에서 당 서기를 지냈으며, 칭화대학에서 ‘중국 농촌 시장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인 권력 강화로 비판받고 있지만 시진핑에 대한 농민의 지지는 굳건하다. 이를 ‘농민의 보수성’이라고 해석하기만은 어렵다. 도시 여론만으로 시진핑 체제의 미래를 가늠하기도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농촌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장웨이의 경우처럼 좋은 사례가 주로 매체에 소개되며 농민의 열악한 삶이나 농민공의 남겨진 자녀인 유수아동 문제는 살인, 매혈 사건 등이 터져야 수면 위로 등장한다. 그러나 농촌과 농민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중국 당국의 여러 시도와 아래로부터의 호응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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