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러 조력자’ 규정 나토 성명에 “도발과 비방” 반발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정상들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정상들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정상들이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러시아의 ‘결정적인 조력자’로 규정한 것을 두고 중국이 “냉전적 사고로 가득 찬 성명”이자 “도발과 비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나토의 ‘워싱턴DC 정상회의’ 선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긴장 형세를 과장하고 냉전적 사고방식과 호전적 언사로 가득하며, 중국 관련 내용은 편견과 비방, 도발로 들어차있다”고 언급했다.

린 대변인은 “나토가 과대 선전하는 성공과 강대함은 세계에는 극도로 큰 리스크이고 가상의 적을 만들어 경계를 초월해 권한을 확대하는 것은 나토의 익숙한 수법”이라며 “중국에 대해 잘못된 입장을 고수하면서 중국의 대내외 정책을 먹칠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나토가 중국 책임을 선전하는 것은 마음 씀씀이가 음험한 것”이라며 “나토는 어떤 증거도 없이 미국이 날조한 허위정보를 지속 유포하면서 공공연히 중국-유럽 관계에 도발하고 중국-유럽 협력을 파괴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주유럽연합(EU) 대표단도 이날 홈페이지에 기자와의 문답 형태로 게시한 입장문에서 “나토의 ‘워싱턴 정상회의 선언’은 전체가 냉전적 사고방식과 호전적 언사로 가득하고 중국 관련 내용은 도발·거짓말·선동·비방으로 가득 차 있다”며 “우리는 이에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하며, 이미 나토에 외교적 경로로 항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대표단은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를 만든 곳이 아니고,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정정당당하다”며 “지금껏 충돌의 어느 한 당사국에도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고 민수용 무인기(드론)를 포함해 군수·민수용 이중 용도 품목 수출을 늘 엄격히 통제해왔다”고 밝혔다.

중국 대표단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 정상적 무역 교류는 제3자를 겨냥한 것이 아니며 외부 방해와 위협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중국 대표단은 “우크라이나 위기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데, 대체 누가 불에 기름을 붓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가”라고 되물은 뒤 “나토가 자신이 한 일을 반성하고 실제 행동으로 국면 완화와 문제 해결을 추진하기를 충고한다”며 “책임을 전가하거나 자신에게 닥친 화를 남에게 넘겨선 안 된다”고 밝혔다.

중국 대표단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평화 발전의 고지이지 지정학 게임 경기장이 아니다. 나토가 ‘유라시아 안보 연동’을 반복해서 선전하는 저의가 무엇인가”라며 “우리는 나토가 분수에 만족하고 북대서양 지역 방어 조직이라는 본분을 지키며 일부 강대국의 패권 도구로 전락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나토가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연계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를 ‘나토의 동진’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전날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한 정상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결정적인 조력자”라고 규정했다.

나토 정상들은 “중국의 지원 탓에 러시아가 이웃과 유럽·대서양 안보에 가하는 위협이 증가했다”며 중국에 러시아가 방위산업에 사용할 수 있는 무기 부품·장비·원자재 등의 물품 이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중국의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이 계속해서 나토의 이익과 안보, 가치에 도전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나토 정상회의 기간 러시아·벨라루스와 군사 활동도 벌이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전날 중국과 러시아 군함이 대만해협에서 합동 순찰을 했으며 중국의 두 번째 항공모함 산둥함이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현재 상황과 무관하게 이미 예정된 훈련”이라며 “다른 국가를 겨냥하지 않고 국토방위를 목적으로 한 훈련이기 때문에 미국이 주도하는 림팩 훈련과 달리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NHK도 전날 오전 오키나와 인근 해역에 산둥함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중국은 나토 정상회의 개막 하루 전인 지난 8일 폴란드와 국경을 접한 벨라루스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벌였다. 중국은 이 역시 나토 정상회의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독일 언론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나토 동부 국경에서 중국이 무력을 과시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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