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속인 ‘중국 스파이 의혹’ 필리핀 전 시장, 인니에서 체포

박은경 기자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과 유착 범죄 혐의

13세 때 중국 여권으로 입국해 필리핀 시장까지

·중국인이면서 필리핀인으로 속여 중국인 간첩 혐의를 받는 앨리스 궈(오른쪽) 전 반만시 시장이 도피 중이던 인도네시아 탕그랑시에서 체포됐다고 4일 필리핀 당국이 밝혔다. 사진 필리핀 이민국·인콰이어러 캡쳐

·중국인이면서 필리핀인으로 속여 중국인 간첩 혐의를 받는 앨리스 궈(오른쪽) 전 반만시 시장이 도피 중이던 인도네시아 탕그랑시에서 체포됐다고 4일 필리핀 당국이 밝혔다. 사진 필리핀 이민국·인콰이어러 캡쳐

중국인이면서 필리핀인으로 속여 ‘중국인 간첩’ 혐의를 받는 필리핀의 전직 시장이 도피 중이던 인도네시아에서 체포됐다.

4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인 인콰이어러와 필리핀 뉴스 에이전시 등에 따르면 이날 필리핀 법무부(DOJ)와 국가수사청(NBI)은 필리핀 북부 루손섬 타를라크주 밤반시의 앨리스 궈(35·여) 전 시장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탕그랑시에서 검거됐다고 발표했다. 법무부는 성명에서 궈 전 시장이 전날 오후 11시 58분에 체포됐으며 현재 인도네시아 경찰 당국에 붙잡혀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 당국은 궈 전 시장을 최대한 빨리 필리핀으로 데려오기 위해 인도네시아 출입국 당국과 조율하고 있어 조만간 필리핀으로 송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궈 전 시장을 이날 안으로 필리핀에 데려오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양국 정부 간 긴밀한 협력으로 이번 체포가 가능했다”라고 했다. “사법을 회피하려 시도하는 이들에게 이번 일이 경고가 될 것”이라면서 “그런 일은 헛된 짓”이라고 덧붙였다.

궈 전 시장은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과 유착해 불법 입국 알선 등 범죄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범죄 활동 수익금 1억 필리핀페소(약 23억8000만원) 이상을 돈세탁한 혐의도 적용됐다.

궈 전 시장은 지난 3월 시장실 바로 뒤에 있는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 ‘쭌위안 테크놀로지’ 단속을 계기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곳이 이성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내는 ‘로맨스 스캠’ 등 사기 범행이 일어나는 범죄 소굴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곳에서 중국인 202명과 다른 외국인 73명을 포함해 감금된 채 범죄에 이용되고 있던 약 700명을 구출했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도박장이 있는 약 7만9000㎡ 부지의 절반 이상을 궈 시장이 소유한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일었다. 또 궈 시장의 출신 배경과 경력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으면서 ‘중국을 위해 일하는 스파이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는 13세였던 2003년 궈화핑이라는 중국인 여권으로 필리핀에 입국한 뒤 필리핀인으로 ‘신분 세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부터 필리핀 상원의 조사를 받아왔는데 상원 출석 요구에 여러 차례 불응했다. 당국은 그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하고 심각한 위법 행위를 이유로 들어 시장직에서 직위 해제했다.

당국의 수사가 본격화되자 지난 7월 몰래 출국한 그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로 옮기며 도피 행각을 벌였다. 함께 도피했던 자매 쉴라 궈와 사업 동료 카산드라 리 옹은 앞서 인도네시아에서 체포돼 이미 필리핀으로 송환된 상태다. 궈 전 시장이 송환된 후 당국 수사를 통해 혐의와 해외 도피 과정 등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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