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방도 아프리카 부채 문제 해결 동참하라”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중국·아프리카 포럼 6일 폐막

서방 겨냥 “부채 문제 공동해결”

대만·위구르 등 중국 입장 담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포럼 개회식 연설을 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포럼 개회식 연설을 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중국이 아프리카 53개국과 함께 서방 진영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도 아프리카 부채 문제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국제사회의 홍콩·위구르 인권 문제 제기와 글로벌 공급망 분리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프리카 53개국 정상 및 대표단,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은 전날 ‘신시대 전천후 중국-아프리카 운명공동체 공동 건설에 관한 베이징선언’(베이징선언)을 발표했다.

베이징선언은 “우리는 IMF와 상업 채권자들이 ‘공동 행동·공평 부담’ 원칙에 따라 아프리카 국가 채무 처리에 참여하고, 아프리카 국가가 이 핵심적 문제에 대응하는 것을 함께 도와야 한다고 촉구한다”고 밝혔다. 선언은 또 “AU나 아프리카개발은행 틀 내에 아프리카 경제 특수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신용평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전날 아프리카의 53개 수교국에 3년간 3600억위안(약 67조7500억원, 510억달러)의 투자를 약속했다.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지급하기로 했으며, 규모는 2018년 베이징에서 약속한 600억달러보다 적지만 2021년 세네갈 다카에서 열린 직전 포럼에서 약속한 300억달러보다는 월등히 높다.

중국이 다른 강대국보다 아프리카 대륙에 공을 들인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투자의 내용을 보면 철도·항만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서 나아가 리튬, 니켈 등 광물자원으로 무게추가 옮겨갔다. ‘작고 아름다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5G 통신, 태양광, 농업기술 등 저비용 협력을 강조했다.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의 문제점으로 여겨지는 부채 문제는 시 주석 연설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일대일로 사업에 뛰어든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국에 진 부채도 크게 늘었다.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이 개도국이 중국에 돈을 빌려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중국에 진 빚은 경제 위험 요소가 됐으며 케냐, 잠비아, 앙골라 등 일부 국가들은 중국에 부채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부채 조정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일부 탕감 조치도 시행했지만 전반적으로 재융자를 선호한다. 중국도 경기둔화를 겪고 있어 상황이 여의치 않은 데다, 채권국으로서 아프리카 국가들을 상대로 누릴 수 있는 지배력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베이징선언을 통해 ‘공동 행동·공평 부담’을 내세워 아프리카 부채 문제를 서방 국가들과 공동 책임 문제로 가져갔다.

실제 아프리카 국가들의 공공 및 민간부채 가운데 중국에 진 빚은 12%이다. 1980년대부터 세계은행 등에 개발자금으로 많은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NYT는 ‘작고 아름다운’ 프로젝트 역시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를 ‘덜 약탈적으로 보이게 한다’고 짚었다.

선언에는 대만 문제 등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지 입장도 담겼다. 선언은 “아프리카는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분할 불가능한 일부분”이라며 “중국의 국가 통일을 위한 모든 노력을 흔들림 없이 지지한다”고 밝혔다.

선언은 “홍콩·신장(위구르)·시짱(티베트) 사무는 중국 내정”이라고 했다. 또 유엔 등 국제기구가 제기하는 인권 의제 정치화에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선언은 또 모든 형태의 신식민주의에 반대하며 디커플링(공급망 분리), 보호주의에 맞서 개도국의 발전 권리를 수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1960년대 아프리카 국가들의 독립 직후부터 비동맹 운동 등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과 끈끈한 관계를 쌓아 왔다. 최근 팔레스타인 정파 간 통합을 이끌어내는 등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 전적으로 아프리카 국가들과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경제 외에도 정치적으로도 반서방 우군을 확보하는 노력 끝에 이번 포럼이 열린 것이다.

존스홉킨스 대학 중국아프리카연구이니셔티브 소장인 데보라 브라우티감은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정상회담들은 중국과 아프리카 관료들이 수개월 간 물밑에서 쌓아올린 것들”이라며 중국·아프리가 관계는 부채 등 갈등 소지가 있지만 “미국의 아프리카 계획이 더 임시방편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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