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 자치共 독립 요구 ‘긴장’읽음

김유진기자 actvoice@kyunghyan

‘친러’ 압하지야 - ‘친서방’ 정부 갈등 고조

나토 가입·석유 쟁탈전 등 엮여 상황 복잡

흑해 연안에 자리잡은 그루지야 북서쪽의 압하지야. 옛 소련 시절 스탈린이 즐겨찾던 이 코카서스 지방 휴양지가 연일 시끄럽다. 15년 전 자치공화국 지위를 얻었지만 줄곧 독립 인정을 요구하며 그루지야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탓이다. ‘친서방’ 노선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그루지야가 달갑지 않은 러시아가 압하지야 독립을 지원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러시아 대 서구’의 긴장 구도까지 조성되고 있다.

그루지야, 자치共 독립 요구 ‘긴장’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 압하지야를 둘러싼 분쟁을 조명하며 “포스트 소련의 ‘얼어붙은 갈등(frozen conflict)’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옛 소련 붕괴 이후 영토나 주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는 ‘얼어붙은 분쟁’ 지역은 압하지야와 그루지야의 남오세티야, 몰도바의 트란스트네스트르 등 세 곳.

이중 압하지야를 둘러싼 갈등이 올들어 급속도로 고조되고 있다. 지난 4월말~5월초 압하지야와 그루지야 정부군은 전면전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양측은 서로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고, 러시아 공군 제트기가 그루지야의 무인 정찰기를 격추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러시아의 역할도 논란이 됐다. 무력 충돌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휴전선 부근인 남부의 갈리 지역에서 네 명이 숨지기도 했다.

국제 정세도 갈등을 고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이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면서, 압하지야 내부의 독립 주장이 거세졌다.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국가들의 NATO 가입 움직임도 러시아의 불만을 키웠다. 미국과 대다수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옛 소련 국가들이 러시아의 세력권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보고 이들의 NATO 가입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특히 에너지 문제에서 서구와 러시아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압하지야 분쟁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고유가 속에 미국이나 유럽, 러시아는 물론 중국까지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석유와 가스를 차지하려는 쟁탈전이 가열됐다. 천연가스 부국인 그루지야에는 터키를 지나 유럽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석유·가스 송유관이 관통한다. 카스피해 송유관 중 유일하게 러시아를 지나지 않는 것이다.

서구는 그루지야의 송유관에 에너지 안보가 달려있다고 보고, 가뜩이나 친러 성향인 압하지야의 분리를 차단하려 한다.

반면, 러시아는 친러 성향의 압하지야에 대한 경제·군사적 지원을 통해 그루지야의 친서방 움직임을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는 송유관에 대한 통제는 물론이고 옛 소련에 속했던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재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압하지야에서의 충돌이 전세계로 번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카서스 연구자인 톰 드 왈은 “갈리의 사건이 그루지야의 대응을 부르고, 이것이 러시아의 대응 나아가 미국의 대응까지도 야기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국제적으로 대대적인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압하지야와 그루지야, 러시아, 유럽연합, 미국 등이 벌이는 ‘외교 관계’에 코카서스 일대의 안정이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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